매거진 감성흡입

삶은 굴욕

by 강홍산하

“나비로 변신하려면 번데기가 되어야 한다. 유충이 나비로 변신하기 전에는 번데기가 되어 죽은 척하는 법이다. 이처럼 인간도 흐름을 바꾸고 싶을 때에는 이전의 자신을 죽이고 죽은 시늉을 하는 것이 좋다.”(후지하라 가즈히로/생의 흐름을 바란다)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 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 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길/황지우) 이정표를 세워 놓고 정해진 길로만 가게 하는 인생을 행복하다 생각하는 무리가 많을수록 다루기 좋은 세상인 줄 나중에야 알았다. 굴욕을 당할수록 나를 잃지 않으니 안전한 곳이 오히려 함정이었다.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자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치졸한 일인가? 누구보다 흠없이 도덕적으로 살아왔다 자부하며 사람들 앞에 서 있는 순간 이미 그 사람은 나비가 아닌 번데기에 불과하다. 꽃은 진다. 나비들도 사라졌다. 살아 있을 때 보다 죽어서 빛나는 인간이 있다. 그래서 고귀하다. 나는 덫에 빠진 게 아니고 잠시 닻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서서히 바람의 방향을 읽어내기 시작했으니 돛을 올려야겠다. 더 이상 나로 인한 굴욕이란 수표에 이서를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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