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저 예민한 사람이에요!

by 강홍산하

"수사는 처벌받게 될 사람으로부터 승복받아야 하는 작업인데, 이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에만 가능하다. 병원에서 하늘 같아 보이는 의사 선생님들도 확신을 가지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의 숫자가 불과 수 십 여개에 불과한 것처럼, 수사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검사 역시 모든 분야에 정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계자의 말을 경청하고 꾸준히 여러 분야에 대하여 더욱 정통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며 대법관 출신 검사가 지청장으로 있을 때 검사시보에게 정의에 대한 신념을 갖춘 훌륭한 검사가 되기 위한 조언을 했다는데 그의 정의론은 검사로서만 가능했던 것 같다. 이른 출세와 명예가 지금 60대 초반에 걸맞은 외투를 입혀 주었나 회의적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면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연이든 사람으로 인해 희비를 겪게 되는 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직장의 선배로 업무의 선임으로 연을 이루어 속칭 같은 배를 타게 되는 경우 식구라는 동지애를 느끼며 황금기를 함께 한 동료들의 적폐를 정의라는 칼로 과연 도려낼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 앞에서나 모범의 대상으로 보여 주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탄로 나지 않을만한 자신의 약점을 그것이 부도덕한 것이든 일탈적인 것이든 숨겨진 뒷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비난의 날 선 검으로 판단이라는 해부의 난도질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베인 손으로 같이 피를 흘리는 게 인간들이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겸손이다. 억울하고 비참한 사람들에게 겸손을 바라지 마라! 타인을 지배하는 모든 자리에 있는 인간들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 말 따로 실천 따로인 게 인간의 속성이다. 인간은 상대에 따라 책임이나 진심이 다르게 적용된다. 내 말만 믿고 따라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 날 못 믿어---. 결국 사회적인 관계의 설정은 내가 입력해 놓은 입맛이고 배설일 뿐이다. 인간이 정의롭고 양심적이기 위해서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다. 각색 없는 영웅이면 모를까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연목구어 같은 허구이다. 살아 갈수록 자신에 대해 승복할 수 없게 된다. 나는 내 시간의 주인으로 정말 살아왔을까? 자신을 낮추면 업신여김을 받는 사회가 정의로울까? 이제는 어떤 직업도 물질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 되었다. 존경은 자신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내 첫 단추가 어디에 끼워져 있었나 복기를 해 본다. 어리석고 어리석었다. 오늘 고자질 놈이 이곳의 소란스러움을 안다면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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