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저분한 환경 탓도 있지만 새로운 시간 정립도 필요해 동네 작은 도서관으로 피서 아닌 피난을 감행했다. 지극히 인간적인 노트북을 메고 폭염 속을 10분 이상 걷다 보면 정말 삶의 무게가 지게에 올라 탄 아비처럼 엄숙해진다. 별도의 노트북 사용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 2층으로 들어선 순간 낯선 기운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온다. 터줏대감들이 사방 곳곳에서 따가운 시선을 날린다. 벽에 붙은 '좌석 사유화 금지'란 문구가 무색해지게 그네들의 책상 위에는 오랜 시간 익숙한 행낭들이 수북하다. 폭염 속에서 움직이다 정지하면 쏟아지는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은 주체 못 할 땀이다. 에어컨 앞으로 본능적으로 다가섰다. '관리자 이외는 손대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을 무시하고 바람세기를 '강'으로 올렸는데 이상하다 제습기능 상태이다. 냉큼 냉방으로 전환하고 열기를 식히는데 한 놈이 다가온다. 소음 때문에 제습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 ' 아~ 그래요! 제가 잘 몰라 죄송합니다. '뭔가 분위가 이상했지만 어딜 가나 선임이라고 군기 아닌 군기를 잡는 놈이 있으니 일단은 지켜보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출입문쪽이라 좀 떨떠름 내키지는 않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일상적인 순서로 작업을 하면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사는 시간이 표류하는 건 아닐까? 자신에 대한 회의를 요즘은 종종 느낀다. 남에게 보여주는 행복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며 그만인데 왜 설명이 필요하게 만들지? 머릿속이 복잡한데 한두 시간도 안돼 들락날락 거리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대부분 시험이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 같은데 집중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실 공공시설에서 몰입도를 높여 성과를 올린다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삼 사일 적응을 해가며 나름 자리를 잡아 가는데 관리 직원이 부른다. 이어폰 소리가 커서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주의를 부탁하는 게 아니고 공부 시간에 잡담하다 걸린 학생에게 훈육하는 선생처럼 일방적이다. 기분 엿 같다. 노상 자리에 앉아 정숙지도 한 번도 없던 직원이 호랑이로 변했다. 신고식으로 음료도 없고 인사도 안 한 내가 미웠나? 그러고 보니 처음 날 에어컨에 대해 양해를 구하던 놈이 매번 음료수를 돌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 이것도 적폐인가? 떠날 때가 왔구나!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나의 노마디즘은 늘 발목을 잡힌다. 참고로 '제습기능'은 실외기가 돌지 않아 냉방 기능하고는 무관한데 춥다. 습기를 쫘악 뽑아가니 그런가 덕분에 건조해진 내 피부가 몇 년은 폭싹 늙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