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사랑니를 방치하다 뿌리부터 썩어 염증 덩어리를 만든 것도 모르고 언제부터 심한 구취와 통증에 염려가 되어 진료를 하다가 설암 진단을 받고 혀 대부분을 제거하고 3년여 항암치료를 받다가 급속하게 병세가 악화돼 손쓸 겨를도 없이 73세에 영면하신 외삼촌은 금융권에서 내로라하는 출세가도를 달리던 신화 같은 존재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로 후반부에는 삐그덕 추락해 전성기를 회복하려 마지막까지 발버둥을 치신 것 같다. 오래된 지하 영안실 입구 옛 명성을 말해주는 화환의 유명한 이름이 오히려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죽어서는 조문도 없이 이름값만 하는 허울 좋은 지인들이 그리 좋았을까? 와병 중에 아들에게 영정으로 자신의 황금기 44세 때 지점장으로 있던 시절의 사진을 부탁했다는데 돌아가신 때에 당신의 아들 나이와 같았다. 나와는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었던 금수저 집안이라 어릴 적에는 상당하게 위축되기도 했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그냥 집안 분위가 냉랭하였고 가족 간에도 정감이 없어 솔직하게 재수 없는 외삼촌댁이었다. 사람의 편견은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사실로 굳어지기 마련이라 정상적인 판단을 고의적으로 피하기 마련인데 외사촌과 대화를 하면서 내 어긋난 정서가 부끄러워졌다. '자신은 아버지를 롤 모델로 삼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족한테 인정받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내가 탄복을 했다. 아~ 생명의 시간이 이렇게 완성이 되는구나! 바람 한 점 없는 폭염에 택시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지름길을 물어 재래시장을 지나면서 땡볕을 피하려 그늘을 찾는 아들의 뒤를 따라오시던 아버지가 걱정돼 돌아보니 태연하게 양산을 쓰고 계신다. 위기에서 민첩하게 대응하는 아버지는 아직까지는 염려가 없으니 다행이다. 평소에 늘 근엄하고 말씀이 없었던 외삼촌. 다 잊으시고 불 들어가니 훨훨 좋은 곳에서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