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짙어지니 바람결에 낙엽이 된 가을이 겨울에게 손을 건넨 입동 날 성곽을 받치고 있는 바위도 갈색으로 세월을 덧칠하고 있었다. 건반 위에서 음정을 타며 춤추는 손가락이 향긋한 수풀을 헤치며 장단을 맞추니 유네스코가 탄성을 지른다. 사람만큼 눈길을 머물게 하는 게 있을까? 그녀의 입술과 눈망울은 '성체'를 거부하듯 유년의 빛깔이 떠나질 않으니 초인종만 누르고 도망가게 된다. 고봉 삼계탕집에서 상황 삼계탕을 시켰다. 노란 국물에 담긴 닭이 요염하게 다리를 접고 배를 띄우고 있다. 조잘조잘 어제의 하루를 양념을 풀듯 개운하게 쏟아내다 보니 찌꺼기만 남겨진 승자의 독식 같은 먹이사슬이 그릇 안에 쌓여 있다. 삼계탕 안에 없는 닭머리가 어디서 그리 슬프게 그렁그렁 울면서 홰를 치는 것 같다. " 전통은 선배들이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받아 주는 것이다."란 문장을 읽다가 아~ 세상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불끈 주먹을 높이 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