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세상의 거류민으로 머물다 예수에게 돌아가려는 소망 때문에 버틴다는 강박에 붙잡혀 있다. 희년과 속죄일을 저에게 적용시켜 주소서! 더 이상 죄의 종노릇에 얽매여 지긋지긋하게 회개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주일날 앙탈을 부렸다. '아픔을 함께 나누다'란 문장에 가슴이 잠시 먹먹하게 공감하며 엄마 순댓국에서 WF를 켜 놓고 검색을 하다 조국의 자괴감과 상실감을 떠올려 본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시민의식'을 나는 인정할 수 없지만 이해는 된다. 주민센터에서 행정적인 서류를 확인하면서 번민을 해후한다.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여 괴로운'것을 번민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진족을 멸시하는 오랑캐도 '번민'이란 말에 순간 나의 적대적인 모욕이 '번민'이 되었다. 내가 비난하는 그들은 그들만의 이유와 변명으로 형통하고 있다. 바늘귀에 낙타가 들어가는 세상이라고 우라질 화들짝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나를 10년은 멋지게 만들어 놓는 가위손을 만나러 간다. 기분 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