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지금 이대로여서는 안 되는가. 수백 번 묻고 또 물었던 물음을 또다시 묻기에 나는 너무도 고단했다. <가면의 고백/미시마 유키오>
'고통스럽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 '번뇌'인데 자신의 집착으로 인한 마음의 갈등이란다. 가만히 놔두고 인내하며 지켜보기만큼 도움 되는 위안이 있을까? 내 영역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걸 그럴싸한 책임으로 둔갑시키는 건 아니었을까? 당연한 시간의 방향을 핸들링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시동을 끄고 귀를 기울여 본다. 다솜의 기도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울면서 응원하고 있었구나! '실제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담고 있는' 것을 구체적이라 하는데 지금까지---. 나는 그러지 못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고, 불의에는 단호하면서도 사람을 함부로 짓누르지 않는 사람, 자신에게 절제하되 남에게 인색하지 않고, 후덕하되 사리에 어둡지 않으며, 일 처리는 분명하되 인정이 넘치는 사람,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사람인 양 과시하는 법이 없고, 남 앞에서 늘 자신을 낮추지만, 내면이 충실해서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송혁기)란 글귀를 마음에 담아 두면서 '구체적'으로 나를 그려나갈 생각인데 비가 부슬부슬 온다. 아침부터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