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순번을 정했다.

by 강홍산하

책을 읽다가 엄청난 좌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극복하는 대안들을 설명하면서 그중의 하나가 '초라한 자 연맹'에 가입할 수도 있다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소설이지만... 가입을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다 마음을 꺾었다. 지지리 궁상들이 모여 있는 걸 상상만 해도 잿빛 금요일이 따로 없다. 늦은 끼니로 생기를 도모하면서 매번 반찬 뚜껑이 헷갈린다. 냄새로 뚜껑을 확인하며 겨우 짝을 맞추는데.... 아직 후각은 살아 있으니 코로나 19는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19금처럼 느껴지니 인간이 정해 놓은 순서에는 우주의 질서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매듭이 지어 있는 것 같다. 봉령, 차가버섯, 겨우살이.... 약효가 탁월한 약재인데 숙주식물의 영양분으로 성장하는 기생식물이다. 종교적으로는 성찬식의 빵인 성체를 '숙주'라고도 하는데.... 코로나 19는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 조건부 생명체인 바이러스는 단백질 덩어리다. 인간의 도시 집중화와 과도한 영양공급은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며칠 전 '똥꼬의사'란 외과 의사 유튜브에서 잘못된 화장실 뒤처리에 큰 깨달음을 얻고 실행을 했는데.... 뭐든 능수능란하지 못한 내 손기술은 모을 수가 없어 낭패를 보았다. 온종일 함께 있어도 구취가 없는 그녀에게 시시콜콜 나의 실패담을 모아 모아 순번을 정해 전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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