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확실해 보이는 것들이 완전히 무너지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가 궁금해졌다."(비둘기)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을 정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며 근사한 만찬을 음미하다 하늘이 깨지는 울음에 환청 같은 북소리가 빗방울이 되어 지붕을 두드린다. 세상의 인연이 아니라 자연의 마중 같은 느낌이 어둠을 사라지게 한다. 하루아침에 천지가 개벽할 기적 같은 시간이 인생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걸 겨우 깨닫는다. 밟아 온 시간이 화석처럼 굳어진 걸 나만 인정하지 않았다. 시간의 여유가 생존의 불안을 만들었다. 살면서 나와는 무관하게 다가오는 시간을 대비한다는 게 의심으로 시작해 부정하는 것이 죄인 것 같다. '하나님은 순종의 대상이지 이용의 대상이 아니다.' 인생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이 늘 달라진다. 기도의 공공성에 왜 심란함이 생길까? 매 순간 '삶의 절정'을 느끼며 산다면 오늘이라는 일상이 전부일 수도 있으니 생명의 연장에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 열정의 동기부여에 세상은 불쏘시개를 만들어 놓았다. 무료함이 낙오자란 등식을 누가 만들어 놓았나! 간사함과 비열함이 하늘에 닿았다. 욕망을 탓할 수도 없는데도 세상은 근엄한 안전장치로 제도권을 만들어 놓았다. 창세기를 읽으니 만들고 멸하고....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보석 같은 눈물을 감추고 사는 한층 더 귀한 인생들이 세상의 온기를 낮은 자리에서 안겨 주고 있다. 만물을 새롭게 만드는 그들의 노고에 High Five, High 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