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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성흡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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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산하 Apr 12. 2021

궁금해도 묻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을 모르면서도 모르는 길을 찾는 수련을 하지 않는 것이 죄라는 말을 듣는 순간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로 서서히 몰이를 서두르면 안 되는 강박 때문인지 불면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데 몹시 허기가 몰려온다. 내 한계는 여전히 본능을 능가하지 못한다. 마땅한 먹거리를 찾다가 라면에 만두와 해물 완자를 넣어 포만감 후의 숙면을 기대했는데.... '밥 정' 다큐멘터리 영화가 운명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기억나지 않는 생모와 마음으로 품어 길러주신 계모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나 살가운 인연을 맺어주신 지리산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의 여정이 방랑 식객 임지호의 궁금증을 풀어내고 있다. 가난과 무관한 결핍을 풍성한 만찬으로 대접하는 천지사방의 식자재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치유할 수 있는 정직한 수단이 되어 감동을 관통한다. 음식이 사람을 만든다.... 멀미로 인해 평생 지리산을 벗어나지 못한 길 위의 어머니를 위해 세상의 모든 음식인 108가지 요리로 뒤늦은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함께 할 수 없는 회한이 추적추적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만.... 이제는 낭만 식객으로 또 하나의 숭고한 그만의 종교의식에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은 목적이 아니라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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