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을 변하게 만들지 모른다고.... 공든 탑을 정성을 다해 5년 동안 쌓아 올린 것을 밑동도 남기지 않고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새로운 상대에게 처음처럼 가능할까?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과연 적자생존은 할 수 있을까? 날짜마다 기념하고 기억하며 의미를 부여했던 365일이 하루치 같다. 비열하게 갉아먹은 기분이다. 아무런 인과 관계도 없이 동시성을 경험하던 염력이 사라지니 허송세월이다. 연두 연두 초록 초록 봄은 싱싱해지는데 열매 없이 꼭지만 떨어졌다. 아직도 목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고 흥분의 전희를 발휘하는 생체 기억만 생채기로 남아 있다. 화서시장에서 김치찌개로 식사를 하는데 앞 좌석 초로의 사내들이 자랑질 퍼레이드를 벌인다. 허세가 장렬 아니다. 내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되는 신들의 오찬이다. 자기 생각만으로 세상이 움직여 준다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상판대기들이다. 닫힌 문의 비밀번호를 유추할 수 없는 미궁 안에서 겪을수록 모순이 견고해지니 통로가 막혀 버렸다. 이 와중에 길몽이라니.... 그나저나 "속이 컴컴해서 얼핏은 거기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분간되지" 않을 작자들이 과거사 진상을 까발린다고 출두 명령을 내린다면 나는 이 도령이 아니라고 박박 우기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