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에 싸여 멍하니 이렇다 할 만한 아무 생각이 없이' 내리는 비가 오후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되는 것을 분간하지 못하게 하는 시간에 나를 주저앉힌다.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밑 빠진 항아리에 담고 있는 것 같다. 'The father'을 보려다 안경집 일부가 부서졌다. 그 와중에 메시지가 왔다. 전신에 화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자녀들을 고아원에 의탁하고 오해와 원망으로 생애를 마감한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아버지의 화상이 자녀들의 불장난으로 집에 화재가 발생해 아내를 잃고 자녀들을 구출하다 생긴 것이라는 사연인데.... 전혀 상관이 없는 당사자인데 왜 보냈을까? '참을 수가 없습니다. 부적절합니다'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리눌렀다. 기억을 편집하는 기능이 탁월한 인간이 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호도하는 시간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사람과 환경이 이루는 생활공간 속에서 개인의 행동이 어떤 방향으로 일어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팩트를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개입되는 현상에는 오류와 왜곡이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라 위험하다. 약한 자가 되어 눈물을 흘리며 부르는 이름이 '엄마가 보고 싶다'니 Father는 결국 Mother로 치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