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새의 공존
비둘기는 공원의 한계를 뚫고 나오고 싶다.
사방이 다 개방되어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요샌 게을러진다고 새에게 먹이 주지 말라는 글이 가끔 눈에 보인다.
먹이사슬상 윗 등급의 존재도 미약하여 별로 무서울 것도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다른 세계를 갈망한다.
잠시 비둘기관점으로 빙의해 본다.
내가 사는 곳은 세종이다. 볼 일이 생기면 사람 부딧치는 서울에 가끔 가서 실컷 부 치치다 온다. 때로는 일이 늦게 이어지다 보면 밤늦게 기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용산은 어릴 때 추억이 분명히 있을법한데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을 보낸 곳인데 말이다.
오히려 20대인 1990년대 컴퓨터를 구매하거나 수리하러 몇 번 다녔던 기억이 서린 곳이다.
중앙대가 있는 흑석역에서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산역에서 하차했다. 체감상 강남에 가까운 흑석동과 강북을 대표하는 용산은 멀 것 같은데 너무 가까웠다. 그리고 내린 곳 정류장이름은 신용산역인데, 고개를 들어 보니 용산역이 떡 버티고 있었다. 신용산역이라길래 용산역과 별도의 역인 줄 알았다.
'무슨 이유로 '신'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는가?' '신나는 용산역?'
실없는 농담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별로 신나지도 않다.
오늘도 용산역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간이 여유되는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다가 비둘기를 만난다.
분명히 실내인데 비둘기가 있다. 어디선가 뚫려있는 높은 곳에서 조류의 특기를 살려 날아 들어왔겠지. 설마 나처럼 역사 정문으로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보행자의 사이사이로 아무 두려움 없이 그 비둘기들은 자신의 행적을 계속 이어간다. 인간이 모든 동물계의 최고 상위 포식자인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천천히...
차갑고 어두운 서울의 밤거리는 비둘기에게도 견디기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풀하나 먹을 것 하나 없는 차가운 대리석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아무도 비둘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눈길하나 주지 않고 날개를 퍼덕거리며며 도망갈 의사조차 보이지 않는 시크함으로 무장한 채 무심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