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봄 아홉 번째 향기
수선화로 그려본 도전적인 향기! 하얀 수선화는 봄이 선명해지면 어느새 자리한다, 2~3주쯤 잘 관리하면 화단에서도 밤새 볼 수 있던 꽃이다, 큰 매장에서도 가득 자리해서 하나씩 찾아가길 바라기도 한다.
난 이 향기에 시원한 배 향기를 더해서 우리만의 향기를 만들어 보려한다..
오랜 목표 중 하나가 우리나라만의 향기를 만드는 것이다. 아주 향긋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만의 향기를 내 손으로 하나씩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그 첫 시작이다!
하얀 수선화 속 노란 얼굴은 나르키소스를 이야기한다, 나에겐 봄을 기다리는 한 가지 이유일 뿐이지만, 여기에 달콤·시원한 배의 향기를 넣어 볼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 참 많이도 했다, 걷기 좋은 바람이 부는 날에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이거라면 여름에도 참 좋겠다 하며 그냥 가볍게 뜬구름을 닮은 향기를 하나 만들어 보기 시작하였다...
Perfume Story
탑 노트 속 향료를 어떻게 정할까? 고민하면서 실험적인 향료를 정하였다, 감 정확히는 홍시의 향기를 첫 향기로 정하였다, 과일 향기다 보니 당연히 변조제다, 그렇기에 쓰기에 참 흥미롭다. 묘한 단향이 그리고 특유의 감 향기 이건 내가 감 향기를 앞으로 더 자주 다루게 될 그 시작이다. 산뜻한 달콤함으로 배를 앞서 인사하듯 그렇게 가볍게 자리하고, 이국의 과일 듀베리와 그린 레몬으로 살짝 빈자리를 채웠다. 흰 구름의 그림자만큼 딱 방해 못 할 정도로만 말이다.
이야기를 향기로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나에게 친밀함이다. 흡사 향료 하나하나를 전혀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가장 치밀하면서도 감성적인 부분을 각 향료의 고유한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큰 크기의 향기는 조금씩 잘라서 작은 크기들의 향기들은 몇 가지씩 모아서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크기로 다시금 만들어 향기를 온전히 만들어간다...
하얀 수선화는 노란 수선화보다 가볍고 더 향긋한 매력이 있다, 여기에 아삭한 배의 향기를 목련의 수수함에 올려 더하는 것을 주저 없이 해보았다, 화이트 플로럴! 하얀 꽃잎을 가진 향료를 지칭하는 노트 여기에 하얀 달콤함을 내가 향긋하게 느끼는 크기까지 넣는 게 나에겐 우리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나의 향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 완성되었다. 가볍고 산뜻하며 밝은 향기는 다른 나라 그 어디에서도 못 보았던 조화로움이다, 이 배 향기는 우리나라의 배 향기니까 조롱박같이 생긴 서양 배의 향기와는 다른 향기니까 여기에 홍시의 산뜻한 단 향기가 더욱 나의 향기로 자리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라스트의 모스와 라일락은 차분한 느낌의 정성적인 이미지로 잔향을 정리하고 싶어서 선택한 향료들이다, 이 향기의 지속력은 생각보다 짧게 연출하였다. 봄 그리고 여름의 향기로 만들고 싶었으니까, 라일락의 진한 향기는 원하는 만큼 가볍게 자르고, 모스의 중성적인 분위기 또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딱 그만큼의 그림자만치 넣었다.
이 향기는 시원한 그리고 마냥 가벼운 봄바람 이제는 진짜 며칠 못 보는 바람을 우리만의 향기로 그려본 것이다, 은은한 향긋함 은은한 달콤함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친숙함으로 말이다...
이 향기에 공감을 못 한다고 하여도 난 또 다른 우리만의 향기로 또 하나를 온전히 만들 것이다. 나의 하루를 향기로 채워서 기억에 단단히 자리하도록 난 삶을 그렇게 하나씩 채워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