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봄 여덟 번째 향기
봄이 거의 사라진 시기 유월과 칠월 이른 여름 또는 빠른 장마가 올 것 같은 나날들에 이 두 꽃은 서서히 피기 시작한다, 향긋하게 차분하게 진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말이다...
많이들 알 것 같다, 라벤더의 효능을 말이다. 그리고 가드니아(=치자꽃)가 가지고 있는 향기를 말이다..
이 향기는 옅어진 봄날에 다시금 봄의 시작을 위해서 만든 향기다...
모두를 위한 중성적인 모습의 향기로 말이다.
라벤더는 꽃의 향기가 아닌 잎사귀의 향기다, 그리고 가드니아는 하얀 꽃에서 향기가 정말이지 달콤하게 난다. 어릴 적 우리 집 현관 안쪽에 이 꽃이 때가 되면 가득 피고 그 향기는 거실을 지나 방안까지 가득 채웠다.
백합처럼 정말이지 진한 향기는 라벤더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만들었다...
하지처럼 봄 여느 날이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드는 기분 좋은 하루가 있다면 또 그냥 나른하고 봄바람을 덮고 잠들고 싶은 나날들도 있다. 그런 꿀잠 같은 향기는 나에게 다시금 돌려놓고 싶은 봄날을 참 많이 닮았다.
Perfume Story
시작은 시트러스 노트의 향긋함이다, 레몬보다는 달콤하게 느껴지는 베르가못을 스위트오렌지와 같이 넣어서 더 달콤하게 만들고 여기에 맑은 비누 향기를 만들 때 많이 선택하였던 네롤리로 달콤하게만 보일 수 있는 느낌을 많이 깎아주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나는 향기의 모습을 정하고 그 분위기에 따라서 산뜻함과 달콤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데 산뜻함은 쾌활하고 명랑한 모습을 달콤함은 귀엽고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향기는 조화로움은 다 이야기할 수 없는 다양함을 완성해 주기도 한다.
라벤더의 향긋함은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계속 끌리는 인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 달콤한 가드니아를 사용해서 라벤더가 더 단단하게 흔들림 없이 향기를 전해주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트 노트의 비율을 정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꿀같이 달콤한 아까시 꽃을 터치하여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모습으로 다듬었다, 꿀 향기 가득한 하얀 꽃 위로 보랏빛 꽃이 한 아름 피어난 곳을 상상하면 난 따스한 봄의 볕이 가까이 보이는 듯하다.
이 향기는 참 차분하다. 화려하지도 선명하지도, 그렇다고 우아하지도 않다 그냥 차분하기만 하다..
그냥 마음에 드는 책을 가볍게 넘기다 어느새 눈이 감겨 얼마나 잔지 모를 그러한 차분함이다...
이런 차분함을 더 그윽하게 만들고 싶어서 난 엠버를 다시금 선택하였고 여기에 바닐라와 머스크를 같이 넣었다. 비율은 은은한 잔잔함이 있으면 좋을 정도로 말이다...
딱 기분 좋은 달콤한 향기를 오히려 안 달다 그냥 마냥 향긋하다, 그 향긋함이 부드러워지고 또 포근해지는 것이 달콤한 향기가 가진 강한 힘이다. 그 힘을 잘 사용하면 거북한 향기가 아닌 또 느끼고 싶은 그런 따스함이 된다. 그런 비율로 향기를 만든 것이 이번 향기의 잔향이 된 것이다.
엠버와 바닐라가 중심이 되는 향기를 보통 오리엔탈 타입의 향기라 이야기하지만, 요즘에는 그 의미가 좋지 않음에 엠버리 타입 향기라 미카엘이라는 곳에서 바꿔 사용하자는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서 이제는 쓰이지 않고 있다. 엠버리 타입의 향기는 보통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 갈수록 더 잘 보이는 데, 봄이나 여름에도 사실 만들 수 있는 타입니다, 중요한 것을 정해진 비율이 아니라 그 향기로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고 동감할 수 있는 향기를 완성하냐는 것이다.
모두가 다 좋아하는 향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수많은 브랜드는 자신들만의 가치관이 있는 향기를 만들고 또 소통하고 알리고 있다, 그러다 실패를 한 것도 있고 큰 성공을 이룬 것도 있다.
나 또한 봄의 향기에 겨울을 향기로 차분함을 그려 보았다, 내 생각에서 나의 손끝에서 완성된 이 향기의 차분한 달콤함이 편안함을 그리워하는 이에게 다가가면 좋겠다...
나의 브랜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메모센트...기억 그리고 향기의 단어들의 영어를 합성해서 만든 나의 또 다른이름이다...
이 이름에서 메모리즈가 만들어졌다. 그 시작은 애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향기를 찾고 싶은 이에게 나의 브랜드가 선택되면 좋겠다...
그래서 난 지금 더 자유롭게 되었다, 좋은 스승님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공부를 하였고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난 나만의 니치 향기를 만들고 있다. 이제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1년 긴 듯 짧은 듯
향기를 탐색하는 조향사...
향기로 안내하는 조향사...
끝내 이루지 못한 단 한 사람만의 조향사...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 지금의 내가 가장 바라는 모습의 조향사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떠한 모습의 조향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향기는 기 단순히 향수가 아니다, 난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이지만 향수만을 만드는 조향사가 아닌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