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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앤 넥타린

25년 메모리즈 봄 일곱 번째 향기

by 퍼퓸힐러 이주용

모두가 좋아하는 봄 맑은 날.. 그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집중하면서 즐기는 그 순간의 향기를...

Perfume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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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ume Main Accord

Top

화이트 레몬, 그린 티, 프리지어

Heart

넥타린, 히비스커스, 바이올렛

Bass

모스, 머스크, 튤립


천도복숭아의 맛을 기억하나요? 향료로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요..나에게 기분 좋은 식감으로 아삭아삭 하나는 생각 없이 먹다 보면 금방인 천도복숭아 상큼한 맛과는 다른 은은한 복숭아 향기로 많이 달지도 않고 가벼운 인상을 지닌 이 향기를 봄 향기에 꼭 넣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커피 마시는 일이 거의 없는 나이지만, 왜인지 좋은날..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를 보게 되면 상상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봄 맑은 날.. 그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집중하면서 즐기는 그 순간의 향기를...


여유롭게 한산하며 지루할 정도로 심심하지만 그래서 마냥 좋은 그 기분을, 향기를 그리면 이러한 싱그러움과 포근함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에게 의미가 되는 향기를 완성하고 그 파장이 다시금 이런저런 향기로 작은 파장을 또 만들었다!


봄 그리고 그 일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다시금 향기로 하나씩 완성해서 공감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딜 바라면서....


Perfume Story

봄 향기는 가을 향기로 가는 길목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이야기이지만, 봄 향기는 가을 향기보다 가볍기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향기를 담기에는 조금은 작다, 그렇지만 그 작음이 또 봄의 매력이다, 차가움에서 조금씩 따스함이 피어나는 그 시간 속 향기 중 이번에는 싱그러운 튤립과 부드럽게 자리한 넥타린의 이야기다.


그 처음은 맑은 레모네이드를 닮은 듯한 화이트 레몬과 가벼운 녹차의 향기다, 여기에 저 밑에 자리한 튤립의 모습은 가볍게 보여주는 프리지어이다.


세 향료는 전체적으로 가볍게 자리하도록 비율을 설정하였는데, 튤립 향기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여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여기가 조향사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같은 향료를 사용하더라도 사용하는 조향사에 따라서 그 미묘한 차이가 생겨서 다르게 연출 되기 때문이다.


이제 하트 노트 속 넥타린(=천도복숭아)의 부드럽고 차분한 감성을 이야기할 차례다, 조향사가 사용하는 다양한 노트 중에 프루티 노트는 거의 다 변조제라 이야기하는 향료로 분류하는데, 향기를 완성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소량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향료들이다, 자칫 향기를 완성하지 못하고 사용한 과일 향기만 거칠게 올라오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향기를 만들기 싫다면 역시나 많은 생각과 경험이 필수다, 한 번에 좋은 향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도 하고 또 계속 그런 행운을 지니는 사람은 더 없을 것이니까...


다시 넥타린으로 돌아와서 이 향기는 다른 복숭아와 또 다른 향긋함을 가지고 있는데 달콤함이 엄청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상큼한 향기가 맛처럼 선명하지도 않다. 나에게는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오는 가벼운 향긋함이 딱 좋은 향료다.

이 향료에 히비스커스와 바이올렛을 같이 사용해서 싱그러운 봄의 감성을 한 겹 더 다하는 느낌으로 채웠다. 한 가지 좋은 점을 더 이야기하자면 이 조합은 생각보다 긴 지속력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농도가 진한 향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도를 낮춰서 만들어도 지속력이 그다지 짧게 완성되지 않으니까.


이제 잔향이 남았다.. 이제야 튤립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튤립의 향기가 시간이 더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도록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 향기에 다양한 궁금증이 있는 분이 공방에 오시면 이런 종류의 질문을 주신다. '향료의 위치를 다르게 해서 만드는 것에 큰 차이가 있나요?'


난 그럼 이론적인 관점과 실험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답하는데, 향료는 화학적 특성으로 휘산성이 다 달라요, 같은 시간을 두고 향기에 노출되면 더 빠르게 향기를 인지하는 것과 늦게 인지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분자구조의 차이로 인해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여기게 경험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무거운 향료들로 분류되는 라스트 노트(=베이스 노트)와 같은 순서로 넣은 향료들은 그 휘산성의 차이로 인해서 조금 더 무겁게 되어서 시간에 따른 변화에 차이가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이건 경험하면 대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이 역시 향기를 다루는 조향사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 차이를 체득해 이제는 자연스레 원하는 향기를 더 잘 즐길 수 있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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