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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블러썸 앤 뮤게

25년 메모리즈 봄 다섯 번째 향기

by 퍼퓸힐러 이주용

Perfume color

#f1cbd7


Perfume Main Accord

Top

칼라만시, 화이트피치

Heart

체리블러썸, 릴리 오브 더 벨리, 수선화

Bass

머스크, 크림


오월 내 골목길에 하나둘 그렇게 하얗게 연분홍빛으로 피어나는 벚꽃은 이제 진짜 봄이라 이야기한다, 난 그러면 굳이 길을 돌고 돌아 천천히 잠시 멈추고 사진으로 봄을 또 남긴다.. 조금씩 따스함에 분홍빛으로 물든 기억 속 봄들을 말이다


만약 나의 말년이 여유로운 시간들로 이루어진다면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난 집 앞에 벚나무를 다섯 그루 정도 심어 키우고 싶다, 따스한 봄날에 연분홍빛 꽃잎이 하나씩 피어 나날이 보기 좋을 것이니까.


내가 사는 곳 인근에는 곰달래길 이 있다, 사월쯤부터 벚나무가 하나씩 눈을 틔어 분홍색으로 물드는데 어느새 오월이 되면 짧게 피어나 길가에 또 그렇게 자리하는데 휴대전화를 자연스레 꺼내 들어 사진을 또 찍게 되는 나의 모습이 마냥 좋다. 그렇게 일주일 남짓 출퇴근길 굳이 돌아서 천천히 보며 봄을 기억하였다...


벚꽃의 향기는 거의 없다, 생화가 바람이 떨어져 손에 닿아도 부드럽지만, 향기는 거의 없다...

그러한 향기를 조향사인 나는 늘 편하게 쓴다... 특유의 달콤함과 향긋함을 정말이지 편하게 쓴다. 복숭아를 닮은 듯한 꽃의 향기와 장미 같은 향긋함을 가진 이 향기는 장미의 향기는 아니다 그래서 더 가볍고 산뜻하며 추위라고 없는 이 시간에 달콤함을 더해서 하나의 향기로 만들고 싶었다.


Perfume Story

조향사로서 가장 즐거운 일은 이야기를 만들 때 그것을 향기로 바꾸어 만들고 완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를 다양한 노트들로 꾸밀 수 있다는 것 또한 매우 즐거운 일이다, 따스한 느낌이 좋은 밥 로스 선생님의 작품 속 물감의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색감으로 변화할 수 있듯 조향사도 자신이 쓰는 향료를 어떠한 조화로 사용하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에 오월의 향기에도 과일 향기를 넣었다.


탑 노트에 화이트 피치 백도는 칼라만시로 인해서 가벼움을 얻고 더욱 투명한 하얀색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특유의 복숭아만이 가지고 있는 향긋함과 달콤함이 더욱 은은하게 연출 되어간다. 향기를 만들었다고 그 순간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화학적으로 그 어울림이 계속 새롭게 정리 되어간다. 오크통에서 깊이감을 천천히 가지게 되는 위스키처럼 작은 유리병에서 향기들은 더 천천히 부드러워지고 거친 모습을 더 조화롭게 가꾸게 되는 것이다.


미들 노트다 이 향기의 주제가 되는 향기들이 위치한 곳 그리고 사월과는 또 다른 비누를 닮은 향기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역시 메인은 체리블러썸과 릴리 오브 더 벨리 두 가지의 향료를 어울림이다, 나머지는 이 두 향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보조적인 역할로 충분하기에...


향기를 만들 때 꼭 수학적인 비율에 몰두할 필요는 없지만, 간과해서도 안 된다. 향기의 항상성을 위해서 정확한 기록이 있어야 하니까! 이러한 기준에서 위 두 향기의 비율은 50%를 넘긴다. 이러한 향기를 보통 부케 플로럴로 이야기하는데 한가지 꽃향기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꽃향기를 풍부하게 사용하여서 완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일 향기를 극소량 사용하면 프루티 플로럴 타입의 향기가 된다.


이 향기의 잔향은 사월과는 매우 다르다. 엠버가 아닌 머스크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향기이기 때문이다, 분명 머스크 계열의 향기는 생각보다 호불호가 매우 높다, 그래서 그 특유의 자극적인 모습을 유연하게 연출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크림과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우유같이 부드러운 인상을 머스크로 만들었다...


머스크의 비율은 20%가 넘는다, 여기에 크림을 2% 정도 넣었다 그 효과는 직접 이 향기를 느끼면 공감이 가는 부드러움이 된다.


이 글에서 끌림을 느끼고 혹 연이 닿아서 나의 공방에 온다면 그 향기를 볼 수 있다. 봄이 아닌 시간에도 시들지 않는 봄이 향기로 남아 있다는 것을...


조향사는 늘 원하는 계절에 그렇게 천천히 거닐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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