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봄 네 번째 향기
겨울이 아직은 더 머물고 있던 일월의 맑은 향기로 한 걸음.
아직은 선명하게 남아서 붉은 꽃잎 하나하나를 어느새 모두 물들인 이월 분홍빛 흰 장미 그 향기로 또 한 걸음..
삼월 손끝에 그래도 남아있는 겨울의 흔적이 노란빛으로 지워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또 한 걸음 그 걸음은 애정이다...
나의 마음이 두근거리는 그 애틋한 그 모습이였다....
그렇게 기억에만 남기도 다시는 볼 일 없는 마음으로 기록한 향기는 그만치 가까워진 사월 그 봄이 되었다...
바람은 피어난 연둣빛 싹에 부드러워지고 살의 따스함이 더 채워진 그래..
봄이다 봄이다.
더 선명하게 남은 봄 만의 향기는 '평온' 그 시작은 봄바람에 녹은 따스함이 내 옷에 묻어난 향기이다.
하루가 마냥 좋은 섬유유연제 향기 같은 좋음이다.
어떠한 사물을 특정할 때 여러 기준이 적용된다. 모양, 색, 크기 같이 눈에 보이는 정보들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러한 작은 사실에 난 엉뚱한 생각을 보탠다... 향기로 그 사물의 색을 언제나 늘 같도록 느낄 수 있을까?
미모사는 치어리더들이 응원할 때 사용하는 응원 도구 같은 모습의 꽃을 가지고 있다. 선명한 노란색 그리고 앙증맞은 크기의 꽃은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화원에서보다 수목원에서 본 기억이 더 많은 꽃의 향기는 따스함 부드러움 우유같이 연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조향학에서는 미모사를 꽃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파우더리한 느낌 때문에 파우더 노트로 분류하기도 한다. 꽃이지만 꽃이라 이야기하지 않는 향기의 향료...
난 그래서 사월의 향기를 미모사와 은방울꽃의 향기로 정하였다. 손톱만큼 작은 종 모양을 한 꽃의 향기 우유같이 부드러운 노란색 꽃의 향기 이 두 가지 향기를 손 앞에 두고 마냥 보면 그 색은 하얗다. 마냥 하얗고 부드러우며 따스한 분위기가 나에게 선명한 봄을 그리기에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선택하였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향기에 시선을 빼앗겨 앞으로 가지 못하고 가만히 이야기할 때가 많다. 무언가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들어선다.... 이번에도 그렇다. 어떠한 주제로 정해서 이러한 향료들로 한가지의 향기를 완성했어요, 한번 맡아주시겠어요?
이렇게 말하며 보여 주고 싶은데, 향기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월 살 만큼 조금 더 따스해진 나날들이라 노란색 꽃의 새하얀 향기를 주제로 비누같이 맑은 향기를 만들고 싶어서 많은 향료 중에서 일곱 가지 향기를 골라 향기를 완성하였다.
선명한 봄들의 세 가지 향기에 과일 향기를 하나씩 넣어서 말이다! 그 첫 향기는 살구의 은은함이 있는 보드라운 비누를 닮은 향기...
Perfume Story
탑 노트의 시작은 릴리 오브 더 벨리(=은방울꽃)이다, 조향사에게는 꽃의 향기를 만들 때 적당한 지속력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인상의 어여쁜 향기를 만들 때 쉽게 사용하는 향료인데 중요한 특징이 바로 좋은 균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도 이 향기가 취향은 아닐지라도 향긋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평온함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넣은 것이다, 여기에 미모사를 20% 넘게 넣고 아주 살짝 살구(=아프리코트)를 넣어 묘한 향긋함으로 특별함을 그려보았다.
이 작은 특별함을 가진 시작에 기분 좋은 향긋함을 주기 위해서 엘더 플라워(=서양딱총나무꽃)과 플루메리아를 선택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비율을 설정하여 추가하였는데, 은은한 달콤함이 익숙한 듯, 처음 보는 듯, 무언가 조금은 흐릿하게 그렸는데 이러한 느낌을 난 꿈과 같은 향기라고 자주 말한다.
기억에는 남아있지만, 흔적만 있어서 정확히 무엇인 말 하기 어려운 그 느낌을 난 향기로 아주 잘 표현하기에...
꿈 같은 향기, 무언가 더 계속 맡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그렇게 향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
이제 미모사의 끝 향기를 어떻게 만들어 마무리할까 정해야한다. 그래서 난 겨울이 남았던 봄의 향기 속 엠버를 다시금 꺼내어 여기에 자리하였다, 달콤한 바닐라와 함께 선명한 봄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고 겨울이 다시 시월에 넘어서 기다리도록 말이다...
이 향기는 생각보다 무거운 향기들이 제법 많이 있지만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다. 나라는 조향사가 그 균형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공방에 찾아와 고민하는 이들은 이 향기가 좋은데 막상 향기를 만들 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들 한다, 거의 모든 이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고민에 빠진다.
난 그때마다 그곳에서 꺼내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그냥 일단 만들어 보자! 내가 좋아한 향기를 찾은 것을 축하는 마음으로, 만들 때 일단 조금만 넣어보자 그리고 그 향기를 같이 맡아보자 그리고 이상하면 그때 다시 만들면 된다... 향기는 그뿐이다.
실수를 해도, 잘 못 만들어다 느껴도, 그냥 다시 만들면 된다....
나 또한 그러하였으니, 지금의 이 향기도 그 실수들 사이에서 조금씩 선명하게 자리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