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봄 여섯 번째 향기
유월... 천천히 여름이 보인다. 밤이면 왠지 모르게 비가 생각나는 나날들...
이 향기는 그 마음을 더 담아 만들었다 가장 매혹적인 봄날의 꽃향기..
모란은 장미처럼 화려하다. 하지만 장미보다 더 가볍다. 그리고 다른 모습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 향기는 우리에게 어느새 너무나도 익숙하게 자리하였다. 다우니 같은 섬유유연제의 향기로 말이다!
달마다 그 계절이 생각나는 향기를 주제로 6가지 향기를 만들었다... 조금은 추운 봄날에 어울리는 포근한 향기와 아주 은은하게 때론 선명하게 만든 과일 향기가 인상적인 꽃향기들..
유월은 나에게 여름으로 가는 마지막 봄날들이다, 추웠던 맑은 일월 그리고 조금씩 더위가 보이기 시작한 봄의 유월 그래서일까? 옷차림은 조금씩 가벼워진다. 걷기에도 조금은 가벼운 인상들이다. 그 가벼움에 난 쉬 지울 수 없는 향기를 주려고 하였다.
그것이 향긋한 피오니에 리치를 더한 것이다... 조향사들에게는 이미 많이 알려진 향료의 특징이지만 아직 더 모르는 이들이 많기에 조금은 더 극적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Perfume Story
향기의 시작은 유혹이다. 너를 혹하게 하고 싶다는 가장 강한 바람으로 만든 향기다. 그래서 리치를 다른 과일 향기보다 더 사용하였다, 만약 10년 전 나였다면 절대 이렇게 넣지 못할 비율로 넣었다 역시나 모든 건 변화 없는 듯 변화한다. 어느 방향이 중요한 게 아닌 변화한다는 것에 난 더 집중하고 있다, 더 빨리 이러한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보다 더 난 향기로 많은 것을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향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한 가지만 꼭 정해야 한다면, 그건 균형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만큼 향료들의 어울림에는 알 듯 모를 듯 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향기 속 균형은 베르가못이 잡고 있다. 진한 듯 가볍게 그리고 짧은 듯 긴 여운을 가질 수 있도록 나만의 시선으로 균형을 만들기 위해서 베르가못을 사용하였다,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분만 들겠지만, 막상 이 완성된 향기를 보면 말없이 이해할 수 있다.
향기가 나의 취향이 아니지만, 향긋함에 좋은 느낌을 받는 것이 바로 균형 잡힌 향기로 자리 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난 탑 노트에 리치를 16% 이상으로 넣었고 이 향기의 시작과 끝의 균형을 위해서 베르가못을 사용하였다.
이 향기의 중심 하트 노트(=미들 노트)에 가장 마음이 가는 향료가 있다, 피오니와 튜베로즈 이 향기들은 장미보다 가볍고 또 무거운 향료다, 적당한 지속력과 확산성 그리고 여성적인 분위기 본래 향기에는 성적인 구분이 의미가 없다, 다만 그것을 사용하여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또는 자신이 그린 어떠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그 연속들이다.
그 연속성에서 차츰 성적이 구분이 만들어지고 발전해 온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그 연속 속에서 피오니 그리고 튜베로즈로 여성에게 어울린 향기를 그려 본 것이다. 물론 릴리 오브 더 벨리로 이 향기에서도 비누같이 맑고 조금은 가벼운 인상을 느낄 수 있도록 잊지 않고 넣었다.
가벼운 꽃향기와 무거운 꽃향기 그리고 맑은 꽃의 향기로 균형을 잘 잡은 향기를 만들면 왜인지 모르게 계속 생각나고 맡게 되는 향기가 된다... 이 또한 당신도 그러하기 바랄 뿐이다.
애정을 이야기 한 3가지 향기 뒤로 평온함과 일상 그리고 그 일상들에서 느꼈던 두근거리던 그 기분을 유혹이라는 이야기로 끝을 꾸몄다... 그 끝의 끝이 바로와 모스와 시더우드다, 나무에서 기생하듯 자라는 나무 이끼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향기는 왜인지 탄 듯한 인상과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잘 마른 장작처럼 담담하고 종이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연필 같은 향기가 특징인 시더우드의 향기는 내가 경험하였던 그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향기다.
30% 정도로 적당한 비율로 설정한 이 두 향기는 시프레 타입처럼도 보일 수 있는 향기로 달마다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처럼 향기여서 서서히 타입의 변화를 주어서 사람들에게 단순히 비누 같은 향기가 아닌, 더 인상적으로 다가가 의미가 되어주게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