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앤 망고

25년 메모리즈 여름 일곱 번째 향기

by 퍼퓸힐러 이주용

Perfume color

#faf98a


Perfume Main Accord

Top

네롤리, 미모사

Heart

칸탈로프멜론, 머스크멜론, 애플망고

Bass

플루메리아, 엠버그리스


자유를 느낀다는 것 아주 잠시였지만... 그 기억으로 난 내가 만들 수 있는 향기에서 끝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은은함으로 만든 멜론 앤 망고를 만든 후.. 모니터에서 보이는 색은 종이나 라벨이 인쇄되어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보기 편하고 선명하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색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수많은 정보가 있어서 이제는 더 효율적으로 잘 발견하면 될 뿐 그 수고로움은 매우 가벼워졌다. 그래서일까 정보의 무게도 그만큼 가벼워진 듯하여서 왠지 가볍게 여겨지는 느낌이 든다.


여름의 향기에 과일을 꼭 넣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여름의 더위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향기 중 손이 많이 가는 것이 과일의 향기이다. 그래서 난 같을 향기라도 특색이 있다면 샘플로 구매하여, 최소 6개월 정도는 여러 방법으로 공부하고 다른 노트 속 향료들과 조화로움을 하나씩 만들어서 확인한다, 그래서 여름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 겨울이 오기 전쯤 하나씩 준비해서 여유롭게 공부한다.


어떨 땐 막혀서 진행이 안 될 때도 있는데, 그때는 그냥 나 예전에는 사과향기 1년 공부했잖아... 커피 향료도 1년 공부했잖아... 스스로에게 답하면서 이 또한 즐기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계속 공부한다.


공부의 과정은 상상이 시작이다. 경험과 기억 그리고 정보를 가지고 색다름을 마음껏 그려본다. 이건 전통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향기와 비슷한 듯 엄청 다르다. 이다음은 반복이다. 처음엔 비율을 높인 상태에서 하나씩 밸런스를 잡는 방법으로 노트를 채운다. 이미지를 그린다기보단 그냥 물감으로 이야기하면 무턱대고 섞어보는 것이다. 질감 어울림 발림 표현되는 느낌 미술을 모르기에 맞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공부할 향료의 여러 가능성을 단순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공학적으로, 계산적으로 수치로 분류하고 실험하는 것이 아닌, 실패와 실수라 할 수 있는 모든 과정 중 내가 만족할 만큼 소비하여서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이 나에게 채화되는 것이다.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 난 나 나름의 채화를 계속해 온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비로써 공방을 찾아주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 만들고 싶은 그 무언가 완성되면 향기로 바꿔 갈 뿐이다.


난 엄청 기획적이다. 일에서 만큼은 빠르게 처리해야 할 목표야 천천히 만들어가야 할 목표를 나의 기준에서 알맞은 일정으로 정해고 속도에 맞게 수행한다, 일이 아닌 부분에서는 딱히 그런 기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꼭 잠은 집에서 자고 싶어서 늦어도 돌아갈 시간에는 집으로 갈 뿐....


이번 멜론 앤 망고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한 것과 나의 일상적인 모습을 천천히 되짚어보면서 글을 썼고 이제는 왜 멜론과 망고를 그리고 왜 저런 색상을 선택하였지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하려 한다.


동생은 언제부턴가 퇴근 과숙 된 망고를 아주 저렴하게 사 온다, 또는 아보카도를 사 오기도 하는데, 이걸 먹다 보면 참 달다... 고소하다... 부드럽다.. 이런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한참 더워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망고를 차갑게 준비해서 샤워 후에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거기에 옅은 초록빛의 멜론까지 먹으면 그 넘쳐나는 과즙이 나를 마냥 즐겁게 해 줄 것이다 확신하기에 더워지는 여름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나의 즐거움을 향기로 만든 것이다.


나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사실에서 느낀 그 향기를 나만의 감성으로 은은하게 그린 것이다 바로 멜론 앤 망고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줄 것은 작은 사실이 있다, 향기에서 너무 단순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달콤한 모습이 보이면 굳이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저렴하게 보이고, 향기 자체가 무언가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느낌을 스스로 느낀다는 것이다.


이 점은 조향사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공들여 만든 향기가 볼품없고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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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단 하나만 있는 내가 만든 멜론 앤 망고...

이건 정말 더운 여름밤 그때 향긋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과 같다.

은은하게 달콤하게 그리고 향긋하게


Perfume Story

은은함과 편안함으로 시작하다.. 탑 노트

네롤리와 미모사

네롤리는 오렌지꽃 향료 속 다양한 향기 중 가벼운 향기를 따로 정제하여서 만든 향료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지속력은 짧은 향료이지만 가볍고 투명한 인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기에 기억에 담아 혹 기회가 온다면 나처럼 선택하면 좋겠다. 오렌지꽃의 향기는 생각보다 떫은 향기와 알싸한 분위기 그리고 약간의 산뜻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풍부함 속에 비누 같은 향기가 네롤리로 선명한 그 무언가의 향기를 파스텔과 같이 부드럽고 은은하게 바꿔주기에 향기의 첫 시작으로 선택하였다. 비누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은은한 인상을 만들고 싶었으니까..


미모사는 사월의 향기로 선택하였던 파우더리 향료 네놀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풍부함과 부드러움을 채울 수 있어서 선택한 향료다, 우유 같은 부드러움도 선명하게 가지고 있어 멜론의 달콤함과 결이 잘 맞아 선택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멜론과 망고의 향기에는 우유를 닮은 듯 부드러움이 있는데 이러한 느낌의 연속성을 그리고 싶어서 미모사로 탑 노트를 채운 것이기도 하다.


달콤한 향기를 은은하게 만드는 나만의 감각 미들 노트

하나! 칸탈로프 멜론.. 향료를 공부하다 보면 같은 향료를 참 많이 선택하게 된다. 각자의 시기만 다를 뿐 그 작은 차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되기에 그냥 나의 현실이 버틸 수 있는 만큼 향기를 손에 넣는데 멜론 계졀의 향료도 어느새 5가지를 넘게 가지고 있다...

칸탈로프 멜론은 다른 멜론과는 다른 달콤함이 있다. 뭐랄까 더 가볍고 코 끝에 시원한 느낌을 주는 향긋함이 있다. 우유를 닮은 듯한 부드러움은 덜하지만 선명하게 느껴지는 밝은 느낌의 멜론의 풍비를 가지고 있다. 맛있어 보이는 선명한 노란색 과육이 정말이지 잘 떠오르는 그런 멜론의 향기를 가진 향료다.

이런 향료는 휘산성이 매우 좋아서 아주 조금만 사용하여도 전하고 싶은 모습을 쉽게 그릴 수 있기에 난이도가 쉬워 보일 수 있는데, 잘 못 만들면 고급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고 잎 만에서 겉도는 느낌이 나는 싸구려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꾸준히 천천히 연습하고 고민하고 상상하면서 하나씩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둘! 머스크멜론.. 나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메로나 같은 향기다, 물론 실제로는 메로나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향기는 참외의 향기이지만, 머스크멜론의 부드러움은 우유와 같다 차분하고 달콤하고 거침 하나 없는 그런 향료다, 그래서 칸탈로프멜론과 같이 사용해서 가벼움과 차분함으로 멜론의 풍부한 향기를 완성한 것이다, 비율도 생각보다 더 많이 넣었고 처음 이 향기를 뿌리고 느껴지는 그 기분 좋은 향긋함을 은은하게 주고 싶어서 멜론의 향기를 풍부하게 넣었다, 무언가 모순적이지만 이렇게 넣어서 은은한 멜론의 향기를 완성한 것이니 이렇게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향기를 만들다 보면 생각보다 더 사용할 때도 있고 그것보다 더 적게 사용할 때도 있다, 그 묘함이 조향의 재미이며 깊이감이며 흔히 이야기하는 직관적인 전문성이 아닐까 한다.


셋! 애플망고 산뜻하고 향긋하면서도 계속 생각나는 달콤함을 가진 향료다, 매우 인상적인 망고와도 다르고 내가 가진 과일향료 중 가장 단 알폰소망고와도 다른 풍부함을 가진 망고향기로 그 부드러움을 더하고 싶어서 선택 한 향료다. 향기를 맡으면 누구나 어! 망고다 할 정도 익숙한 분위기를 가진 이 향료는 멜론의 향기를 살짝 가리려 선택 것도 있다. 꽃인 듯 과일인 듯 간단한 설명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 향기만을 만나게 되면 느낄 수 있는 확실치 않는 향기의 정보를 위함이다. 사람들은 그 차이가 있지만 시각적인 정보와 후각적인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한다. 난 그런 작은 착각 또는 망각이라 이야기하는 현상을 이번에도 향기에 사용한 것이다. 물론 이미 모든 정보가 노출된 상황이기에 착각을 일으킬 상황이 매우 적어졌지만...


이러한 향기이지만 저러한 향기로 느껴지는 작은 재미를 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니까..


향긋함에서 착각을 주고 싶어서 선택한 베이스 노트

쥬시한 향긋함을 가진 꽃의 향기! 플루메리아

플루메리아는 우리나라에서는 쉬 볼 수 없는 꽃이며 향기이다, 특유의 달콤함과 향긋함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며, 그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남기도 한다. 이러한 향기를 과일향료와 같이 사용한 것은 단순하다, 과일인 듯 꽃인 듯 그 묘한 경계선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 향기는 어찌 보면 단순한 과일의 향기로 보이지만 순간순간 코 끝에 다가오는 느낌은 생각보다 변화가 큰 향기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은은함과 향긋함 속에 모호함을 담아낸 나의 목적으로 완성된 것이니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지만 직접 이 향기를 느끼게 되면 이렇게 긴 설명을 읽지 않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향기다.

내가 원하는 적당한 지속력과 향긋함을 위해서 정한 비율만큼 넣은 플루메리아 그리고 조화롭게 완성되어 가는 이 향기는 그 목적에 맡게 시간에 따라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나의 기억에서 시작하여 또 다른 새로움으로 온전한 하나의 향기로 완성된 것이 '메모리즈' 이것이다.


긴 지속력으로 편안한 잔향으로 고급스러움을 완성하다.. 엠버그리스

용연향.. 묘한 역취가 있는 보류제로 가장 잘 쓰이는 이 향료는 자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보다, 향기에 자연스러운 고급스러움을 주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나 또한 그러한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가볍게 사용하여서 여름이라서 무겁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향기에는 우디 노트나 머스키 노트 모시 노트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잔향에서는 지금까지 만든 다양한 '메모리즈'와는 다르다. 평온함 향긋함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은은함을 잔향으로 즐길 수 있다.


이제 더운 여름날 전해주고 싶은 과일의 향기도 끝이 가까이 온다.


이다음은 얇아지는 여름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가을 그 어느 사이에 주고 싶은 과일의 향긋함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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