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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07. 2023

[서문]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 무슨 일이 생길까?

다시, 매일 글쓰기! 다시, 꿈!

2017년 4월에 일을 그만두고 3년 남짓 흔히 말하는 전업 주부, 경단녀로 살았다. 그때 3년 가까이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썼다. 책을 읽고 좋은 문장과 내 느낌을 썼다. 영화를 보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글로 남겼다.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와서 나의 여유로운 일상을 적었다. 여행 후엔 사진과 함께 기록해 놓으니 언제 어디에 다녀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블로그를 찾아본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글이 되었다. 그런 생활이 너무 좋아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가졌다. '평생 읽고 쓰는 삶'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단 한 번 도전으로 브런치작가가 되었고 2021년에는 생애 첫 책을 출간했다. 꿈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3년 여의 꿈같은(?) 경단녀 생활을 마치고 바닥난 통장 잔고에 밀려 재취업을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직업인으로 사는 것보다 전업 주부로 읽고 쓰는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서 나이 50을 코앞에 두고도 쉽게 재취업이 되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돈을 벌지 않다가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주5,6일 근무가 버겁게 느껴졌지만 '이주용,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스스로 격려하며 과중한 업무도 버텨내며 안간힘을 썼다. 그러는 동안 읽고 쓰는 시간은 점점 줄었고 특히 글을 쓰는 일은 매일은커녕 일주일에 한 번도 힘들게 되었다. 꿈이 멀어지고 있었다. 


결국 1년을 채우고 일을 그만뒀다. 읽고 쓰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바로 그때, 논술 팀장 제안이 왔다. 주 3일만 수업할 수 있고 비교적 급여도 후했다. 무엇보다 블로그를 보고 나를 논술팀장으로 지목했다는 게 반가웠고, 일을 그만두는 시점에 연락이 왔다는 것이 신의 계시처럼 신기하기도 했다. 24년 국어 강사였던 내가 논술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직업이라니 내가 원하는 삶에 무척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나이 50에 새 직장에서 설레는 맘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꿈은 꿈이다. 돈을 벌며 꿈도 이루겠다는 건 욕심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2년 넘게 논술 선생님으로 살고 있다. 주 3일만 수업하지만 수업 시간은 늘었고 학생 수는 기대 이상으로 많아졌다. 수입이 늘어 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지만 해야 할 일도 늘었으니 시간적으로는 바빠진 셈이다. 그래도 주 5일 출퇴근하는 보통 직장인에 비하면 무척 느슨한 편이다. 충분히 읽고 쓰는 삶이 가능한데 글을 쓰는 횟수는 점점 줄고, 글 한 편을 완성하는 시간은 점점 늘고,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두려워졌다. 쓰기가 힘들어 읽기에 숨는다. 읽다보면 쓰게 되겠지 했는데 그냥 읽기만 한다. 영화를 봐도 여행을 가도 특별한 일이 있어도 글로 남기는 걸 건너뛴다.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하다. 글을 쓰지 못하는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내가 될까봐 무섭다.


며칠 전 이른 새벽에 눈이 떠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브런치에 들어가 이런저런 글을 구경했다. 매일 새벽마다 수준 높은 글을 올리는 지담, 직장에 다니면서 브런치에 글을 써서 책을 8권이나 출간했다는 스테르담 등 부지런히 쓰는 작가들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 무슨 일이 생길까? 당장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블로그에 일상글 쓰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는 내가, 과연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나는 블로그보다 브런치가 좀 어려운 상대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 때문인지 작가다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런데 두려움보다 기대가, 걱정보다 설렘이 좀 더 큰 것 같다. 다시 매일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브런치에? 그럴 수 있다면 다시 꿈을 꿀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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