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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28. 2023

매일 브런치 글쓰기 3주차

내 인생에 가장 좋은 친구, 글쓰기!

어제 브런치 스토리 알림이 바쁘게 울렸다. 월요일 연재 <쓰려고 읽는다>에 쓴 글 '정혜윤의 책, 메모해 둔 문장들'을 라이킷했다는 알림인 줄 알았는데 그건 20개가 채 되지 않았고, 토요일에 올린 글 '2박 3일 진도 여행, 진도 맛집 코스'의 조회수를 알리는 알림이 연이어 도착했다. 1000, 2000, 3000에 이어 오늘 아침 4000을 돌파했단다.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건 좋은데 좀 허탈하기도 하다. 글 한 편을 쓰느라 몇 권의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매만져서 어렵게 올린 글은 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여행 정보를 알리는 글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검색이 되어 두루 읽히고 있다는 게... 뭐랄까, 글쓰기는 노력과 시간에 비례해 독자를 얻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살짝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오늘은 무슨 얘기를 쓰나 고민이 깊어진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주가 되었다. 요일마다 다른 주제의 브런치북을 연재하며 아침마다 노트북에 매달려 있다. 어느 날은 글쓰기 소재를 찾아 헤매고, 또 어떤 날은 시작은 쉬었는데 마무리가 되지 않아 주저하고, 일하러 가는 날 아침엔 수업 준비에 글쓰기까지 해내느라 정신을 못차리기도 했다. 글이 너무 안 써지거나 돈 버는 일로도 바쁜데 돈 안 되는 글까지 써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이라는 브런치북 연재 제목이 글쓰기 습관을 다짐하는 순수한 각오로 보이지 않고 글을 써서 무슨 성과를 내고야 말겠다는 장삿속 같아보여 부끄럽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신 분들이 있는데 내가 도대체 뭘 기대하고 있는지... 정말 언감생심이다. 


생각해보면 글쓰기가 가장 쉽고 즐거울 때는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쓸 때였다. 문득 드는 생각, 일상의 소소한 경험, 내 가족의 이야기, 나만이 가지고 있는 취향, 나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 내가 읽은 책,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나를 울렸던 노래 등 나니까 쓸 수 있는 글이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렇게 썼던 글이 생애 첫 책이 되었다. 물론 처음이라 서툴고 어설프고 덜 익은 밥처럼 설컹거리는 글이었지만 독자나 성과를 기대하고 쓴 글이 아니라 쓰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책 출간 이후 자꾸만 글의 완성도를 따지고 드는 습관이 생기면서 글이 써지지 않았고 글과 멀어지더니 글쓰기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첫 책을 쓰고나면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을 쓰고 평생 읽고 쓰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한껏 힘이 들어간 내 글은 쓸 때도 힘들더니 읽을 때는 더 힘이 들었다. 


매일 글을 쓰자는 계획은 의식하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배고프면 밥 먹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글쓰는 습관을 들이자는 의도이다. 그동안 너무 힘이 들어가서 글 완성은 하지 못하고, 매번 어깨가 뭉치고 등이 결리고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손가락이 뻐근했었다. 다행히 3주 동안 매일 글을 쓰다보니 자세도 좀 편해지고 인상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사, 이번엔 내가 조회수를 의식하며 브런치 앱을 자주 확인하고 있다. 글을 올리자마자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누르는 분들도 계신 걸 아는데 그것도 좋다고 오늘의 조회수와 라이킷을 확인하는 꼴이라니... 내 꼴이 한심하고 귀엽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본질을 잊지 말아야지. 그래야 꾸준히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글을 쓰는 내가 좋다.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잘하고 싶어 안달이 난 내가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글을 쓰기 위해 하루를 더 열심히 살게 된다. 허투루 보낸 시간은 글의 소재가 되기 어렵고, 정성과 진심이 빠진 일상은 글로 표현되기엔 초라하다. 어제보다 더 나은 글을 쓰려면 어제보다 더 괜찮은 나여야만 한다. 그래서 글은 나에게 삶의 러닝메이트 같은 존재다. 내가 인생을 달리는 주자로서 옆길로 새지 않도록, 내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너무 지치지 않게 함께 달려주고 땀을 닦아주기도 하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런 친구가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니 다른 기대는 욕심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절대로 배신할 리 없는 끈끈한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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