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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21. 2023

매일 브런치 글쓰기 2주차, 해냈다!

매일 글을 쓰면 무엇이 좋아질까?

매일 브런치 글쓰기 2주차, 무엇이 좋아졌을까? 해냈다는 성취감과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 분명 있다. 요일마다 다른 브런치북 7개를 만들어 놓은 것도 뿌듯하고 2주 동안 14개의 글이 차곡차곡 정돈돼 있는 걸 보면 통장에 적금 쌓인 것처럼 마음 든든하다. 글쓰기란 것이 참 요상하다. 먹을거리를 찾는 하이애나처럼 매일 쓸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려야 하고, 그렇잖아도 모자란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1,2시간을 확보해야 글 한 편을 쓸 수 있으니 일상이 더 바빠졌는데도 써야 맘 편하고 어떻게든 쓰는 내가 좋다. 1년 1,000만원 짜리 정기 적금도 아니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무엇을 얻게 될 거란 보장도 없는데 매달 저축도 아니고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글쓰기란 것이 돈의 맛을 능가하는 요물이긴 하다. 글쓰기의 마수에 걸려든 듯하다. 


매일 글을 쓰면서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첫번째로 손꼽을 수 있는 건 부지런해진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아침에 글을 쓰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려고 노력한다. 일찍 자려면 즐기던 술을 자제해야 한다. 아직 단주나 절주까지는 아니지만 술의 양을 조절한다든지 '오늘은 참자'라고 날 달래보기도 한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9시까지 논술 수업이 있는 날이라 저녁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허겁지겁 먹고 마시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음 날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멈칫한다. 먹는 걸로 배는 채우더라도 술은 좀 덜 마시자 하고.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매일 글을 쓰려니 더 많이 읽게 된다. 잘 쓰는 작가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도 있고, 글쓰기 소재를 건지려는 의도도 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을 테고, 채워야 넘쳐 흐를 수 있으니 책을 읽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 자세이자 최고의 수단이다. 아직도 나는 나다운 문체를 구사하지 못해서 글을 쓸 때마다 아직 사지 않은 옷가게의 옷들을 입어보는 것처럼 어색할 때가 많다.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오래도록 즐겨 입을 옷인지 따져 보듯이 이런 말투가 내 성정에 맞는 것인지, 이런 문체라면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좀 수월해지고 자연스러울지 이리저리 돌려가며 가늠해 본다. 지금도 딱 이거다 싶은 걸 찾진 못했지만 어쨌든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조만간 아니, 언젠가는 딱 '이주용'이다 싶은 글투를 만나게 될 거란 희망이 있다. 그거면 됐다. 


매일 글을 쓰려면 꼭 해야 할 일들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나를 점검하게 되고 마음을 옳게 먹게 되니 일을 해치우는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아 효율적으로 잘 하려고까지 욕심낸다. 논술 선생님이 직업이니 반드시 해야 할 일 중에 수업 준비가 1순위다. 초등 4학년부터 중1까지 한 달에 2권씩 4개 학년의 책을 읽고 수업 활동지를 만들어야 한다. 너무 바쁠 때는 전에 했던 활동지를 믿고 수업 준비를 소홀히 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읽었던 책도 다시 꼼꼼히 읽고 활동지를 수정하거나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날마다 글로 나를 마주하게 되니까 척하는 나, 대충하는 나를 용납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내가 어떤 마음, 어떤 태도인지 아니까 부끄러운 짓은 못하겠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매순간 정직해야 한다는 거고, 내 글이 조금씩 나아지듯 나란 사람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작업이다. 


오늘 아침엔 남편이 눈을 부비며 나오더니 거실 책상에 앉아있는 나를 보며 "책 속에 파묻히겄어~" 하며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웃는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화장실에 다녀와 따뜻한 물 한 잔 놓고 노트북을 켜고 책을 읽는다. 오늘의 글을 쓰기 위해 발동을 거는 것이다. 매일 브런치 글쓰기 1주차일 때는 '오늘은 또 무슨 얘기로 글 한 편을 채우지?' 하면서 머리를 하도 쥐어뜯어서 손에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잡혔는데 2주차는 손에 잡힌 머리카락이 확실히 줄었다. 좀 익숙해지고 아주 조금 수월해졌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습관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아 자신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6개월, 1년이 지났을 때 나의 글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다. 들쑥날쑥했던 마음이 좀 가지런해지고 눈빛은 좀더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설레기도 한다. 이러니 글을 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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