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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11. 2023

결혼 25주년 무의도 여행

인천에서 40분, 무의도 1박 2일 여행

매일 매거진 연재를 하려다 보니 요일에 맞는 주제가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은 토요일, 어떤 이야기가 어울릴까? 꾸준히 쓸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까? 사람들은 주말에 무엇이 궁금할까? 이런 저런 이야깃거리를 떠올리다 그동안 내가 다녀온 곳, 남편과 함께 걸으며 감탄했던 장소, 그곳에서 맛본 맛있는 음식 등 여행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가성비 좋고 소박한 국내 여행을 즐기는 내 이야기가 여행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를, 몸은 방구석에 있지만 글과 사진을 통해서라도 잠시 마음의 여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여행 이야기는 최근 결혼 25주년 기념일에 다녀온 무의도 여행으로 시작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의 무의도 첫 코스는 호룡곡산이다. 사실 이번엔 25주년이라 좀 우아하게 지내볼까 해서 가까운 호텔 1박도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유명 맛집도 검색해 봤지만 역시 우리 부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여행의 시작은 등산이 되었다. 가을의 끝자락,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올랐다. 50대가 된 우리에게 이젠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날의 컨디션에 맞는 보폭으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갈 수 있는 만큼만 가 보는 거다.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경치에 감탄하며 우리는 인적이 드문 숲길을 함께 걸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이어서인지 하늘이 너무 예뻤다. 역시 여행의 만족도는 날씨가 반 이상이다. 사진에 담는 대로 작품이 된다. 남편은 다른 날보다 더 말이 많아지고 더 많이 웃었다. 평소 남편은 환절기 때마다 재채기에 눈이 빨갛게 충열되어 고생을 하는데 산에만 오면 그 증세가 싹 사라진다. 신기할 정도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남편은 가장 편안해 보인다. 아무래도 이 남자와 나는 결국 자연 가까운 곳에서 살 팔자인가보다.



호룡곡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긴 다리가 놓여 있어 산책하기 그만이다. 수요일 평일이었는데도 이곳엔 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평지라 나이 많으신 어른신들도 걷기에 수월하다.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에 우리도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남편은 우리 집에서 40분 정도면 오는 거리에 이런 풍경이 있다며 너무 만족스러워했다. 휴가낼 수 있는 평일에 자주 오기로 했다. 전에 왔을 때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기록을 보니 우리가 무의도에 왔던 게 벌써 4년 전이다. 언제였더라 하면 5년, 10년이 흘러 있으니... 가는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부지런히 걷고 보고 느끼고 써야겠다.




부지런히 걸었으니 먹어야지. 대무의에 숙소를 잡아놓고 소무의로 건너와 빨강지붕팬션 사장님이 권해주신 식당에 왔다. 식당 이름이 보물섬이 아니라 고기섬이다. 평일 점심 시간이 좀 지난 시간이라 식당 안은 우리밖에 없었지만 예상컨대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 듯하다. 소무의도에는 차를 가져올 수 없어 광명항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리를 건너와야 하는데 평일에도 주차하기가 힘들다. 다리를 건너오면서 보니 낚시하시는 분들이나 산책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우리는 결국 숙소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넘어올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무의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차가 엄청 막힐거라는 거, 숙소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점, 그리고 주차의 어려움까지 감안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점심 메뉴는 칼국수와 참소라. 회도 있었지만 가격 부담도 있고 저녁에 숙소에서 또 먹을 거라 이 정도면 적당하다 싶었다. 오전 내내 걸었으니 무엇을 먹든 맛있을 수밖에... 남편과 평일에 여행 와서 마시는 낮술 한잔은 그야말로 "캬~~~" 라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빨강지붕팬션 사장님의 소개로 왔다고하니 갓 담근 갓김치를 서비스로 주셨다. 메인 메뉴는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 갓김치까지 우리는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그냥 녹아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오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자연이 부리는 재주는 몇 가지인지... 한없이 작은 인간은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하늘과 태양과 바다가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수시로 변신을 거듭한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황홀하다. 우리의 결혼 25주년을 축복해 주는 듯 오늘 하루 무의도의 풍경은 최고였다. 자연에 해준 것도 없이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무의도는 인천에서 4,50분이면 갈 수 있다. 수도권 가까이에서 동해안 못지 않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여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주말에는 차가 막힐 걸 예상해야 할 것 같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좁다. 공사하는 곳도 꽤 많다. 무의도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평일을 추천하고 싶다. 일상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으로 잠시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힐링이 되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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