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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16. 2023

2박 3일 진도 여행 코스 정리

보고 먹고 기념하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5월에 다년온 진도였다. 인천에서 버스 타고 광명역, KTX 타고 목포역, 렌트카 타고 해남을 지나 진도까지. 5시간 30분 걸렸다. 먼 거리였지만 진도에 친한 친구가 있는 동서가 권유하고 시동생 내외의 적극적인 예약과 꼼꼼한 준비로 우리 부부는 부담 없이 즐기기만 했다. 적당한 온도와 신선한 공기, 선선한 바람 그리고 운치 있는 빗방울까지 맘에 쏙 드는 진도 여행을 시간 순서에 따라 코스별로 기록한다. 


1. 팽목 기억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9년이 지났다. 9주기 기념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들의 영화 <장기자랑>을 봤는데... 진도 여행 첫코스가 팽목 기억관이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희생자들의 사진이 눈앞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고 나와 직접 관계된 사람이 없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곳에 수없이 다녀갔을 유가족의 마음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자꾸만 미안해진다. 그 마음을 방명록에 몇 자 적었다. 세월호 노란 스티커를 휴대폰에 붙였다. 잊지 않겠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2. 서망항


서망항에는 아주 작은 어시장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의 연안부두 어시장이나 소래 포구 어시장과는 비교도 안되게 규모가 작다. 동서 친구가 소개한 사장님께 자연산 돌돔과 갑오징어를 샀다. 도시에서는 법조계와 의료계 사람을 한 명씩은 알아야 살기 편하다지만 진도에서는 어시장과 식당 사장님을 알아두어야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다. 맛자랑은 진도 여행 다음편에 하기로 한다. 설명이 길어질 테니까. 둘째 날도 서망항 어시장에 들러 를 샀다. 자연산 전복과 소라, 골뱅이를 서비스로 얻어와 먹었다. 인천에서 먹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었다. 역시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서망항 어시장은 규모는 작았지만 크게 기억될 것 같다. 



3. 우리 숙소


 연휴라 아주 어렵게 예약했다는 우리 숙소는 진도읍 진도군청 근처에 있었다. 우리 네 명이 쓰기엔 너무 넓은 공간이었다. 이층은 아직 공사 마무리가 안되긴 했지만 나무 향이 나는 쾌적한 곳이다. 아침에 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가 내게로 달려온다. 밖으로 나가 온전히 바람을 맞아도 춥거나 습하지 않다. 남편은 이곳에서 일주일만 있다 가면 좋겠다며 너무 편안한 모습으로 잘 쉬었다. 근처에 마트도 있고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도 가까이 있어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다. 안개 낀 산사의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4. 국립진도자연휴양림


국립진도자연휴양림, 이곳에 숙소를 잡진 못했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 진도에 가면 한번 들를 만한 곳이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산책을 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와 너무 고운 자연의 빛깔이 그야말로 몸과 마음의 힐링을 선물한다. 진도 여행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우리의 표정에 그대로 담겨 있다. 얼마 전까지 무릎 연골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다녔는데 진도 여행을 하면서는 단 한 번도 몸의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암과 싸우고 있는 큰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병원보다는 자연의 치유력이 더 좋은 것 같다.



5. 세방낙조 해비치 카페


낙조로 유명한 곳이라지만 저녁에 비 소식이 있는 흐린 날이어서 카페에서 바다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진도의 핫플레이스란다. 품위 있는 개 한 마리가 해비치 카페 앞을 지키고 있다. 짖지도 않고 오가는 사람들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카페 정원에서 바라보는 진도 바닷가 풍경이 한 마디로 끝내준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6. 운림산방(雲林山房)


조선시대 화가였던 소치 허련이 기거하며 그림을 그렸던 곳으로 이 주변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 모습을 보고 운림산방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경치가 너무 좋아 걷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저기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미술관이 있어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사계절 다 와보고 싶은, 운치 있고 낭만적인 장소다. 이런 곳에서는 일반인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7. 진도타워


진도 여행 마지막날, 비가 내렸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 중에 비를 반기는, 보기 드문 사람이다. 새로 산 우산을 쓰고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진도타워에 올랐다. 날씨가 안 좋아서 밖에 풍경이 잘 안 보인다며 시동생 커플은 아쉬워했지만 나는 그런 대로 좋았다. 명량해전 당일 난중일기를 읽었다. 잘 싸우고 잘 쓰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8. 울돌목 스카이워크


진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이순신 장군을 좀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울돌목 스카이워크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울돌목의 물을 연구하며 전략을 세웠던 이순신의 고뇌가 느껴졌다. 울돌목의 물살은 겁이 날 정도로 셌다. 영화에서 봤던 명량해전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시동생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명량해전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KTX를 기다리는 내내 명량해전과 울돌목을 영상으로 찾아보며 이순신 장군을 기념했다. 



2박 3일의 생애 처음 진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얼마 전에 진도 맛집을 소개했는데 함께 참고한다면 진도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기 전 오픈 시간이라거나 쉬는 날 등은 미리 체크해봐야 한다. 유명한 관광 코스라고 해서 무작정 갔는데 그 요일이 문을 안 여는 날이었다거나 배고픔을 참고 맛집을 찾아갔는데 사정으로 식당이 폐업했다고 한다면 낭패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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