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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23. 2023

오늘 연재를 못 할까봐...

분명 여행보다 더 설레는 오늘!

매일 브런지북 연재를 시작한 지 2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는 일처럼 어색하고 힘겨웠지만 어느새 내 하루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은 좀 힘들다. 이번 주 내내 올해의 마지막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특히 오늘 토요일은 중1 3반, 16명의 아이들을 졸업시키며 몸과 마음이 텅 빈 듯 좀 쓸쓸한 날이기도 해서 도저히 제대로 된 글을 쓰기가 힘겹다.


대상이 딱히 없는 약속이지만 오늘 연재를 못하고 지나가는 건 몸이 힘든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이불 위에서 이렇게라도 글을 쓴다. 올해 마지막 수업이라는 게 목에 걸려서 더 기를 쓰고 힘을 내서 수업을 했다. 잘 걸리지 않는 감기로 어색하게 콧물을 흘리고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열 번 정도 이어서 재채기를 했지만 토요일 8시간 수업이 힘들기 보다는 아이들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훨씬 더 컸다.  




큰아들은 군대에 있고 작은아들은 재수생이었으니 올해는 여행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특히 초등학생들은 해외 여행도 많이 갔지만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내 수업에 오는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내 일상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 나 혼자 있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큰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니 내 마음이 그저 들떴다. 크리스마스파티를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설렜다. 그런데 롤링 페이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니 나에 대해 표현하는 그 마음이 과분하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토요일 10시와  2시 중1 논술 수업

  토요일 12시 초6 수업과 4시 중1 수업


오늘 나는 2023년 모든 수업을 끝냈다. 남편이 준비한 저녁으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물론 술 한 잔도 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에 무엇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몸의 피곤함과 정신의 허탈함으로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그래도 오늘 연재를 못하고 지나갈까봐 기어코 노트북을 켜고 몇 자 적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




내가 아주 아끼는 제자에게서 내 이니셜을 새긴 북마크를 선물 받았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인지... 책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 미리 이내셜까지 새기며 선물을 준비했을 그 마음을 생각하면 오늘의 피곤함을 싹 잊을 만하다. 그래도 열이 오르고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는 건 견디기가 힘들다. 여행보다 값진 설렘을 선물해준 내 논술 수업에, 그리고 나와 함께한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은 정말 그만 자야겠다.


아무튼,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이 가기 전에 나는 오늘 연재를 작성했고, 마음 깊이 내 태도를 점검했다. 오늘의 내가, 내 글이 만족스러웠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마지막 수업을 서로 웃으며 보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깨고, 다음엔 더 깊은 글을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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