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재를 못 할까봐...
분명 여행보다 더 설레는 오늘!
매일 브런지북 연재를 시작한 지 2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는 일처럼 어색하고 힘겨웠지만 어느새 내 하루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은 좀 힘들다. 이번 주 내내 올해의 마지막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특히 오늘 토요일은 중1 3반, 16명의 아이들을 졸업시키며 몸과 마음이 텅 빈 듯 좀 쓸쓸한 날이기도 해서 도저히 제대로 된 글을 쓰기가 힘겹다.
대상이 딱히 없는 약속이지만 오늘 연재를 못하고 지나가는 건 몸이 힘든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이불 위에서 이렇게라도 글을 쓴다. 올해 마지막 수업이라는 게 목에 걸려서 더 기를 쓰고 힘을 내서 수업을 했다. 잘 걸리지 않는 감기로 어색하게 콧물을 흘리고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열 번 정도 이어서 재채기를 했지만 토요일 8시간 수업이 힘들기 보다는 아이들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훨씬 더 컸다.
큰아들은 군대에 있고 작은아들은 재수생이었으니 올해는 여행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특히 초등학생들은 해외 여행도 많이 갔지만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내 수업에 오는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내 일상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 나 혼자 있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큰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니 내 마음이 그저 들떴다. 크리스마스파티를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설렜다. 그런데 롤링 페이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니 나에 대해 표현하는 그 마음이 과분하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토요일 12시 초6 수업과 4시 중1 수업
오늘 나는 2023년 모든 수업을 끝냈다. 남편이 준비한 저녁으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물론 술 한 잔도 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에 무엇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몸의 피곤함과 정신의 허탈함으로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그래도 오늘 연재를 못하고 지나갈까봐 기어코 노트북을 켜고 몇 자 적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
내가 아주 아끼는 제자에게서 내 이니셜을 새긴 북마크를 선물 받았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인지... 책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 미리 이내셜까지 새기며 선물을 준비했을 그 마음을 생각하면 오늘의 피곤함을 싹 잊을 만하다. 그래도 열이 오르고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는 건 견디기가 힘들다. 여행보다 값진 설렘을 선물해준 내 논술 수업에, 그리고 나와 함께한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은 정말 그만 자야겠다.
아무튼,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이 가기 전에 나는 오늘 연재를 작성했고, 마음 깊이 내 태도를 점검했다. 오늘의 내가, 내 글이 만족스러웠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마지막 수업을 서로 웃으며 보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깨고, 다음엔 더 깊은 글을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