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주용씨 Nov 24. 2020

2년 동안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썼다.  

중년 경단녀가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는 이유


이주용국어논술학원을 운영하면서 2012년 9월 24일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학원 번창을 위해 블로그 홍보를 해 보려는 시도였지만 결국 53개의 포스팅만 이주용국어논술학원의 흔적들로 남아 있다. 학원 수업과 운영 관리가 우선이었고,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 아니라 학원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만들어 쓰자니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없었다. 2017년 1월 1일을 마지막으로 이주용국어논술학원의 블로그 글쓰기는 끝이 났다. 


2017년 4월 14일, 10년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했다. 전업 주부가 처음이라 한두 달은 집안 정리하느라 바빴다. 저녁 시간과 주말이 없었던 내가 퇴근한 남편과 저녁을 함께 먹고, 주말에 가족과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기 시작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 2개월쯤 지나자 낮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관심거리를 찾았다. 서점에서 발이 멈췄다. 마음 가는 대로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학원 수업을 위한 교재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마냥 좋았다. 그냥 제목이 끌리면 읽고, 서점 베스트셀러라 하니 궁금해서 또 읽었다. 제목만 알 뿐 평소 읽지 못했던 고전을 찾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2017년 6월 23일, 이주용 원장이 아닌 그냥 이주용으로 처음 글을 썼다. 블로그 이름도 '이주용국어논술학원'에서 '유쾌한 주용씨'로 바꿨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유쾌하다는 말을 많이 해 준 덕분이다. 얼마 전 큰언니에게서 내 블로그의 글이 전혀 유쾌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분명 나는 유쾌한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유쾌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유쾌한 주용씨'라는 이름이 여전히 좋다. 


2017년 '유쾌한 주용씨'는 열심히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영어 공부도 했다. 영화를 보고, 다이어트도 시도하고, 등산도 다녔다. 맛집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요가 강사 자격증 과정도 시작했다. 일을 그만두고 오롯이 내 것이 된 하루 24시간을 정말 많은 것들로 채웠다. 그때의 풍요로웠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내 블로그에 기록되어 있다. 


2018년은 '두 아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로 출발했다. 중1, 고1 두 아들과 24시간을 한 공간에서 뒹굴기도 했다. 제주도 함덕 해변 요가원에서 새벽 하타 요가를 했다. 남편과 눈 덮인 한라산 정상도 올랐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절대로 잊히지 않을 제주도의 추억을 매일 새벽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때 내 블로그에 관심을 보여 주셨던 제주도 숙소의 사장님은 지금까지도 내 블로그의 글을 읽고 가끔 안부를 물어 주신다.


제주도에서 돌아오고 2018년은 내게 많은 변화를 준 시간이었다. 더 열심히 독서를 했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내 생활과 마음이 단순해지고 그래서 훨씬 가볍고 편해졌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하타 요가를 6개월 이상 수련하며 몸도 마음도 단단해졌다. 그해 9월 아빠가 떠났고 나는 10월 말부터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를 나와의 약속으로 삼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어기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쓴다. 2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해 오고 있다. 그 덕분에 블로그 이웃도 많이 늘었다.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사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누구의 반응을 얻고자 한 건 아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책에서 만난 좋은 문장들이 너무 아까워서,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나 자신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습관이 되면서 '내일은 어떤 주제로 글을 쓰지?', '글을 쓸 만한 소재가 있나?'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내일의 쓸거리를 위해 책을 더 열심히 읽고 꼼꼼하게 정리한다. 거리를 지나면서도 주변을 눈여겨본다. 쓸거리를 찾는 사냥꾼 같다. 그러니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중년 경단녀의 하루가 일하고 있을 때보다 마음은 더 분주했다. 


매일 글을 쓰게 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정리했다. 누군가 만나자고 하면 그 상대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되었다. 떳떳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인지, 내 진심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인지, 그저 시간을 버리는 만남은 아닌지 따져본다. 돈을 낭비하는 것만큼이나 시간과 감정을 의미없는 사람들에게 소비하는 일이 아깝다. 기록에 남기고 싶은 일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꾸준한 오늘이 있기에, 내일은 무한하다

                                                      김민식 『매일 아침 써 봤니?』중에



돈 한 푼 생기지 않는데 나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 일이 습관이 되면서 나는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전날 잠을 설쳤어도, 과음을 했더라도, 모두가 늦잠을 자는 주말에도 나는 변함없이 새벽에 눈을 뜬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는 일이 중년의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고 경단녀의 내일을 꿈꾸게 했다.  


새벽에 항상 깨어있는 나에게 남편이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나의 어떤 행위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는 기분, 꽤 괜찮다. 자존감이 높아진다. 더 잘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욕심이 생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내가 진심을 다해 쓴 글을 누군가 공감해 주고 잘 읽었다고, 글을 참 잘 쓴다고 칭찬해주면 그 한 마디에 하루 종일 걸음걸이가 춤을 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블로그에 글을 쓴다. 




나는 다른 목적 없이 단지 쓰고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쓴다. 내가 쓰고 싶은 얘기만 쓴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이 내 하루의 출발 의식이 돼버렸다. 좋아해서 하는 일만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내 책을 쓰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블로그의 글이 내가 쓰게 될 책의 재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단련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방문해 주시는 이웃들이 꾸준히 늘었다. 이웃들이 찾아와 주시는 것이 반갑고, 내 글에 공감과 댓글까지 남겨 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나는 이웃들의 글을 자주 찾아 읽지는 않는다. 아침에 글을 쓰느라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탓도 있다. 읽고 싶은 책,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어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관심사라면 적극적으로 읽을 때도 있지만 이웃이니까 의무적으로 방문한다거나, 읽지도 않고 하트를 누르거나 할 말을 쥐어짜서 댓글을 남기지도 않는다. 


책 속 명언을 이용해 응원의 댓글을 비교적 길게 써 주시는 블로그 이웃분이 계셨다. 그런데 나의 다른 글에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전과 똑같은 내용으로 댓글을 달고 안부글까지 남기신 걸 발견했다. Ctrl+C,  Ctrl+V를 하신 모양이다. 내 글을 읽기나 하시는지 의심스러웠다. 번번이 내 블로그의 번창을 응원하셨는데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의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해지기까지 했다.


글을 읽지도 않고 공감과 댓글을 남발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담아 고심하며 쓰는 글이 가볍게 취급받는 것 같아 불쾌한 마음까지 든다. 관심이 없거나 읽을 시간이 없다면 내 블로그에 방문할 필요는 없다. 내 블로그 이웃들이 늘어나니 가끔 블로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다. 나는 블로그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 단지 이웃을 신청하시면 내 글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는다. 그리고 매일 아침 쓰고 싶은 글을,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쓴다. 


읽고 싶어지는 책,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을 쓰는 것이 내 큰 소망이다. 내 블로그의 글을 읽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고, 응원과 격려의 댓글을 남겨 주시는 이웃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분들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내 책 쓰기를 준비하면서 덜 외롭고 덜 지친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진심어린 소통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중년의 몸... 중년의 다이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