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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02. 2024

매일 글을 쓴다고 딱히 변한 건 없지만...

나를 놓지 않으려고 글을 쓴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고 오늘이 두 달째, 8화의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나에게변화가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쓸 거리가 생각나지 않아도, 매일 브런치북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누구도 겉으로 비치는 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없겠지만 나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으로 스스로 좀 대견했다. 글에 대한 완성도나 만족도가 항상 채워지진 않았지만 60일 동안 글 하나씩을 꼬박꼬박 생산해 냈으니 하루도 허투루 보낸 날이 없다고 위안을 삼는다. 


2024년이 시작됐다. 나이 들수록 1월 1일에 대한 설렘은 좀 사그라든다. 감정이라는 게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법인데 한 살 한 살 더해갈수록 체력은 달리고 에너지의 강도는 약해지는 기분이다. 지난 해보다 더 많이 쓰고 더 오래 쓰고 더 잘 쓰고 싶은데 사실 자신은 없다. 올해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나는 어떤 핑계로 글쓰기에 게을러질지 알 수 없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가 날 지탱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의지가 날 주저앉지 않게 해주면 좋으련만 무엇이 진리이고 나의 의지가 얼마큼인지 알 수 없어 새해의 시작과 함께 불안이 날 감싸고 있다. 


새해 나는 우리나라 나이로 쉰 세 살이 되었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만으로는 51세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남자는 77세, 여자는 84세라고 한다.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나는 앞으로 31년, 그리고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남편은 겨우 23년 남았다.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너무 짧다. 30년 남은 내 인생도 애틋한데 그보다 훨씬 짧을 수도 있는 남편의 생애는 겁이 날 정도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은 과학은 아니더라도 너무 확실한 느낌이다. 게다가 노년에는 지금처럼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내 인생에 글쓰기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남편과 나의 남은 인생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얼마 남지 않은 생애인데 난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읽고 쓴다. 돈을 번다거나 몸을 만든다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일보다 그저 책 읽는 시간이 편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좋다. 그냥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죽을 때까지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좋겠지만 돈, 시간, 건강은 여전히 나에게 불안 요소이다. 앞으로 5년 안에 남편과 나는 경제 생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도시가 아닌 조용한 지방에서 여유롭게 살아보자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이 순탄하게 이뤄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성인이 된 두 아들의 불투명한 진로도 나와 남편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글을 쓰면서 헤아려보니 내 인생에 무엇 하나도 확실한 건 없다. 아, 그래서 나는 글을 쓰려고 하는구나. 참 어이없게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삶이니 미래를 위한 확실한 준비라는 것도 없다. 돈이 많아도 만족을 못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아등바등할 테고 시간이 널널한 사람도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없다면 허무함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해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병에는 장사 없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는 자식이 있어도 부모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저 오늘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며 살아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게 지금 나에게는 읽고 쓰는 것이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 시간을 쪼개서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분배해야 하는 조급함, 예전같지 않은 몸을 살살 달래가며 움직여야 하는 답답함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내 불안한 마음을 정돈하고, 글을 쓰며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내 인생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느낀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이미 50년 내가 살아온 시간에 '그때 하지 말 걸 그랬어'라고 자책하는 일들도 많고 '그때 그냥 해볼 걸 그랬어'라고 아쉬워하는 일도 너무 많다. 그저 남은 인생 자책과 아쉬움이 없도록 내 마음이 시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별 수 있나. 불안한 인생에 나는 나를 놓지 않으려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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