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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23. 2024

좋은 차를 타는 꿈 해몽

재수생 작은아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꿈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는 매일 밤 꿈을 꾼다. 하룻밤에 여러 개의 꿈을 꿀 때도 있다. 갱년기 증상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꼭 한두 번씩 잠을 깨는데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을 청하면 처음과는 다른 꿈이 시작된다. 간혹 꿈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꿈을 꾼다는 건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이라 피로를 푸는 데는 좋지 않을 텐데 나는 매일 오늘은 어떤 꿈을 꾸려나 궁금증과 기대를 품고 잠을 청한다. 새로운 소설책을 펼칠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내 무의식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한다.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른 나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내가 꾸는 꿈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 많아서 그리 기대할 만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꿈에 빠지게 된다. 학원 수업에 대해 고민을 한 날엔 학원 수업 광경이 꿈에서 펼쳐지거나 학원 아이들, 학원 원장님, 학부모님 등이 꿈에 등장한다. 아들에 대한 고민으로 시름이 깊은 날에는 꿈에서 아들과 함께 외출을 하거나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남편의 어깨가 처져 보이는 날엔 꿈속에서 남편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요즘엔 큰언니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형제들과 돌아가신 엄마, 아빠가 꿈에 자주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꿈은 깨고나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너무 생생한 꿈이 있다. 그럴 때는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태가 잠시 지속된다. 아침이 되면 그 기억이 사라져버릴까봐 잠결에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으로 남기는 경우도 있다. 2021년에 블로그에 꿈이야기를 자세히 쓴 적이 있는데 한동안 그 글에 대한 조회수가 엄청났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조회수가 22,728이다. 그 꿈이야기가 왜 그리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그날의 꿈이 간절하다. 재수생 아들에게 좋은 시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그 글을 여기에 정리해서 옮겨본다. 오늘 밤이라도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길 바라면서.




우리 남편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기 물건을 사는 데에 전혀 욕심이 없는, 지나치게 소박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꿈속에서 아주 비싸다고 말로만 들었던 페라리라는 차를 렌트했다. 나와 갈 곳이 있다며 우리 아파트에는 없는 실내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렌트카 직원 남녀 두 명이 아주 멀끔한 옷차림으로 나를 맞이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남편이 저지를 만한 일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나라면 당장에 차 갖다 주고 환불하라며 눈에 쌍심지를 켰을 것이다. 그런데 허튼 데 돈을 쓰지 않는 남편이 그런 비싼 차를 렌트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한 번은 넘어가 주기로 했다.


렌트카 남자 직원은 나를 차 조수석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차에 오르는 나의 복장이 범상치 않다. 평소에는 절대로 입을 수 없는 화려한 드레스에 반짝반짝하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파티에 가는 여인처럼 도도하고 우아하게 앉아 여직원에게 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잠에서 깼다. 너무 생생했다. 차의 색깔과 모양, 내 드레스의 감촉, 그때의 내 표정까지… 남편에게 꿈 이야기를 했더니 허허 웃으며 '꿈에서라도 페라리 한 번 타 봤으면 좋겠네' 했다. 그때 큰아들이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었는데 좋은 징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여기고 싶었다.


나중에 꿈 해몽을 찾아봤다. 좋은 차를 타는 꿈은 앞으로 다가올 행운과 내가 하고자 하는일이 술술 잘 풀리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내가 하는 일이 승승장구하게 될 수 있는 길몽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단다. 새로운 곳에서 첫 발을 내딜 우리 큰아들에게 내 꿈의 행운이 모두 전해지길 바랐다. 비록 꿈이지만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꿈을 꾼 다음 날은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아주 푹 잤다. 다른 꿈으로 좋은 꿈을 가리고 싶지 않은 내 바람이었나 보다.  




그 꿈을 꿨던 때가 재수까지 한 우리 큰아들이 입시 결과가 좋지 않아 실의에 빠져 있을 때였다. 미술 입시를 준비했던 큰아들이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는 말에 남편은 급하게 학점 은행제 교육기관을 알아봤다. 그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꿈 덕분인지 아들은 면접 후 바로 합격 통보를 받고 1년 동안 활기차게 학교 생활을 했다. 지금은 전방 군대 생활까지 건강하게 마치고 이제 2월 1일 전역이다. 서울대 합격도 아니고 이 정도가 무슨 행운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큰아들이 그때 위축되지 않고, 지금껏 별탈 없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에게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여전히 꿈 여행을 즐긴다. 작은아들의 정시 입시를 치르고 곧 나올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때여서인지 큰아들 때 그 꿈이 자꾸만 생각난다. 아마도 내 마음이 불안해서 현실을 피해 꿈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보다. 좋은 꿈이 우리 아들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고, 우리 가족에게 다시 행운을 가져와주면 좋겠다. 아니다, 마음을 고쳐먹자. 가만히 앉아서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오늘 하루 좋은 기운을 만들어가자. 우연한 꿈보다는 삶에 대한 내 자세가 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꿈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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