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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15. 2020

여전히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

다이어리는 내 일상의 History이며 나의 성장 기록이다.

나의 2021년 다이어리는 두 권이다. 아직 2020년이지만 나는12월부터  한 달 미리 내년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새 다이어리를 쓰면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것들만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내 하루를 더 성실하게 살기 위해 애쓰게 되고, 훈훈한 사연만 적고 싶은 마음에 웬만해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교보문고에서 받은 크림색 다이어리에는 나의 책쓰기 과정과 글쓰기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는다. 1년 동안 매일 부지런히, 성실하게 글을 쓰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학원일 따라가기에 허덕이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일주일에 글 한 편 발행은 꿈도 못 꾸고 있고, 출간 계약서를 썼지만 원고에 손도 못 대고 있다.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우선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것이 필요하다.
- 2020년 11월 30일의 기록


매일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정비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창작의 고통, 문장과의 치열한 싸움을 두려워해선 안되지.
- 12월 2일의 기록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가끔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고 바쁠 때는 시간에 쫓겨 글을 완성하기도 한다.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쓴 글이 맘에 들지 않는데 고치고 고쳐도 나아지지 않을 때 느끼는  자괴감과 절망감이다.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일이 언제나 힘겹다.


글 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술 마시지 않고 되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새벽(아침)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 12월 5일의 기록


술과 친한 삶을 30년 가까이 살았다. 덕분에 보통 여자들에 비해 술이 쎈 편이다.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고 알딸딸한 상태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랬던 내가 12월에 들어서면서 글을 쓰기 위해 술을 멀리하고 있다. 며칠 전 남편의 갑작스런 통증 호소 이후로는 건강을 위해서 술과 절교까지 해야 하나 심하게 고민 중이다. 



버건디 색상의 플레픽 다이어리에는 내 하루의 계획과 반성을 적는다. 새벽에 일어나 건강하고 가치 있는 하루를 다짐하며 오늘 꼭 해야 할 일과 마음가짐을 쓴다.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쓰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바로 꺼내서 끄적인다. 둥둥 떠 있는 생각들을 얼른 잡아채서 이 다이어리에 가둬두고 보관하는 것이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아들들 앞에서 절대로 울지 않기로 했다. 두 아들에게 못난 모습 보여서 속상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나마 개운해졌다. 어른 엄마로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 12월 1일의 기록


이 다이어리의 쓸모는 무엇보다 나를 객관화시켜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는 데 있다. 


유쾌한 주용씨! 학원 아이들이 나에게 잘 어울린단다. 그런데 정작 우리 가족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기대하는 게 많아서다. 내 맘 알아달라고, 나 고생하는 거 아냐고 투정부리는 거다. 유치하다. 어른스러운 - 유쾌한 아내, 엄마가 되자!
- 12월 3일의 기록


성찰과 자각이 없다면 성장도 없다는 것을 알기게 가끔은 아플 때까지 나를 헤집기도 한다. 


다행히 익숙해졌다. 3개월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 것 같다. 6시간의 수업이 그리 두렵지 않다. 내가 쫄지 않으면 된다. (12/5)

감사한다. 나의 건강한 육체와 일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에.  그리고 식지 않는 나의 열정에… (12/6)

일 하고 돈 버는 것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해선 안된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고 가라. (12/7)

처음엔 어색해도 익숙해지면 모두 괜찮아진다. 정말 그렇다. 그러니까 미리 겁먹을 필요없다. (12/9)

- 학원에서의 기록


49살 경단녀의 재취업 후 직장 생활에도 다이어리 기록은 격려와 응원이 되어준다. 골치거리였던 것들도 몇 자 적다보면 별거 아닌 것이 되기도 하고, 시끄러웠던 속이 차분히 가라앉기도 한다. 


두 권의 다이어리는 내 평범한 일상을 조금은 특별한 History로 멋지게 만들어준다. 1년 동안의 기록들이 올해보다 훨씬 나아진 2021년의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내 다이어리는 나의 아프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성장 기록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다이어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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