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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17. 2020

49살 경단녀의 재취업 전과 후

여전히 돈에 대해 생각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스타벅스 카드 10만원 충전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남편이 옷을 사 줄까 물었을 때 얼토당토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을 그만둔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남편의 경제적 부담을 함께 하지 못하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그것도 매일 도서관, 서점, 그리고 동네 마트를 다니는 게 전부인 내가 새 옷이 무슨 필요 있다고······. 결국 가끔 글을 쓰기 위해 큰맘 먹고 가는 스타벅스에 좀 부담없이 갈 수 있도록 커피값을 선물 받았다.


3년 전 일을 할 때와는 내 겉모습도 생각도 참 많이 달라졌다. 화장기 없이 집에서 입던 편한 옷 그대로 외출하는 게 자연스럽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고 많이 쓰며 사는 것이 당연한 목표이고 누구나 다 바라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돈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젠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살고 싶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리며 살고 싶지 않다. 더 비싸고 좋은 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화려한 성공을 위해 끝없이 달리고 싶지도 않다.


크리스마스 날, 선물받은 스타벅스 충전 카드로 남편과 커피 한 잔 하며 카페에서 각자 책을 읽었다. 요즘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고 있는데 '탐욕' 부분을 읽다가 돈에 대한 좋은 내용이 있어 옮겨 적는다.  


돈에 대한 갈망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있을까? 그것은 나름대로 최적생계비를 생각하며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목적의 자리가 아니라 원래 자리, 그러니까 수단의 자리로 만들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돈은 여행을 가려고, 맛난 음식을 먹으려고, 혹은 멋진 옷을 사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돈은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다. 바로 이것이다. 돈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있다. 최적생계비를 계산하고, 그것을 삶에 관철하는 것이다. “됐어.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삶과 사랑을 향유해야지.” 갈망에서 자유로워지는 첫걸음은 이렇게 내딛는 것이다.
 
- 강신주 『감정수업』중에서


그렇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삶은 소중한 것들을 많이 놓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했다. 일을 하며 생각 없이 소비할 때보다 나의 최적생계비는 훨씬 줄었다. 두 아들 뒷바라지 하고 남편과 소박한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면 충분하다.


바닥난 통장을 가지고도 나는 지금 생각보다 초조하지 않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욕망의 크기를 줄이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돈의 굴레에서도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 내 꿈이 목표가 된 지금, 가난해도 풍요롭다.


- 재취업 전, 작년 겨울의 기록




- 재취업 후, 올해 겨울의 기록


정말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나의 한계인가 싶을 정도로 힘에 부쳤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원 시험대비 수업은 쉴 틈 없이 떠들어대야 했다. 월요일엔 7시간, 어제 화요일엔 8시간 연속 수업이었다. 퇴근 후에 나는 웃을 힘도, 말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른 풀잎처럼 버석버석 소리나는 몸을 뉘여 잠을 청하는데 남편이 눈치 보며 "힘들지?" 한다. 나도 모르게 "나도 부자였으면 좋겠다." 했다. 돈 때문에 이 힘든 일을 견뎌야 하는 내 신세에 대한 한탄이었을 텐데 어쩌면 그 말에 남편은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재취업을 할 당시 큰돈을 바란 건 아니었다. 49살의 나를 받아주는 곳만 있다면 파트 타임 강사로라도 시작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 책을 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내 꿈을 놓지 않을 정도의 여유만 욕심냈다. 큰아들의 학원비와 대학 등록금에 힘을 보태고 생활비와 용돈을 충당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결국 학원 전임 강사 제안을 받아들였다. 돈 욕심이 났다. 파트 타임으로는 경제적 여유커녕 남편의 무거운 짐을 나눠 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시작하는 일이라 의욕도 넘쳤다. 내 체력을 너무 과신했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해낼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돈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힘든데 쉽사리 내 생활이 바뀔 것 같지 않아 결국 베갯잇에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이 나이에 부자가 아닌 내 신세가 가여워 눈물이 났다. 이제와 나도 젊었을 때 악착같이 돈 좀 벌 걸 하는 후회를 했다. '돈은 많지 않아도 아직 건강하고, 무엇보다 꿈이 있잖아!'하는 위로가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약해진다. 이틀 내내 식구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피곤에 절은 모습, 웃지 못하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주저앉을 것 같은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미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지만 말이다.


피곤해서 꿈을 잃어버릴까봐, 너무 힘들어서 꿈을 놓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 아침에 기어코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더욱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힘을 내라'는 말보다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아침 8시부터 온라인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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