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 동기 부여
2021년 올해 내 나이 50이다. 난생처음 책을 출간했다. 독자들과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자리를 가졌고 한 차례 강연도 했다. 앞으로도 책 출간을 매개로 강연 자리에 서게 될 예정이다. 좋은 조건으로 국어 강사에서 논술팀장으로 이직도 했다. 새로운 직장에서 성과를 내며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 포토샵&일러스트를 배우기 시작해 얼마 전에는 포토샵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훨씬 어렵다는 일러스트 자격증에도 욕심이 있다. 유튜브 강의도 수강하기 시작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오르고 있다.
노심초사했던 두 아들은 성장해서 이제 엄마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남편과는 오랜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를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대체로 나의 가정 생활은 편안하다. 앞자리가 바뀌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어도 10대, 20대보다 하고 싶은 일들은 더 많아졌고 30대, 40대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가끔씩 너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무섭게 느껴진다. 50이라는 나이가 되고보니 앞으로 남은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좋은 여행지에 가도 체력을 탓하며 걷지 못하는 때가 오면 어쩌나, 바라던 기회가 와도 아직 준비가 안 돼서 영영 놓쳐 버리지나 않을까, 넉넉지 않은 우리 집 살림에 몫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등등 잡다한 걱정들이 나를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몸, 시간, 돈을 관리해야 한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돈을 절약하며 가치있게 써야겠다는 생각 끝에 항상 술이 불거져 나왔다. 술만 끊으면 건강은 물론 다이어트도 자동으로 될 것이고, 술 마시는 시간만 모아도 매일 읽고 쓰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제 와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30년 동안 술 마신 돈만 모았어도 두둑한 통장 하나는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 생활에서 술만 빼면 건강, 시간, 돈이 자동으로 플러스된다. 이 좋은 걸 왜 지끔껏 하지 않았단 말인가.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 단주의 이점은 차고 넘치지만 끝까지 꾸준하게 지킬 수 있으려면 강력한 대의가 필요했다. ‘나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참고 견디려 하는가’를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를 자신에게 계속 물었다. 백 세 시대라고 해도 인생의 반이나 살았다. 남은 인생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돈을 벌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꾸미며 살고 싶지도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되 시간과 정신의 여유로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
평생 읽고 쓰는 삶을 지속하며 강연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 글과 말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괜찮은 사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와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 위안, 응원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돈, 명예, 권력를 좇는 세상에서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렇다. 나는 아주 작은 사람이지만 가슴에 큰 꿈을 품고 있다. 내가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내가 이루고 싶은 꿈 때문이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술을 끊고 삶의 큰 재미를 잃는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돌려서 생각해보면 술을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동안 술로 인해 잃었던 것들을 다 만회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술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이 50이 되어서야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간절함으로 기꺼이 술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는 잃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것을 얻기 위한 노력 이상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