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답게 사는 모습이 멋있어요

나다움을 지키는 노력은 나만 해왔던 것이 아니었다

by 코랄코튼

정말 누구보다도 활달하고 밝고 자기다움이 있었던 학생이 고졸 취업전선에 희생양이 되었었다. 누구보다 큰 책임감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다 소진되어 버렸고, 번아웃은 물론이며 자신을 잃어갔었다. 너무 힘든 순간에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항상 내가 여기 있다.' 하고 존재를 알리는 방법뿐이었다. 힘들어 지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그 순간에 조심히 꾸준히 문을 두드리며 계속 옆에 있음을 알렸다. 그러다 자기다움을 위한 퇴사를 결정하였고, 내려갈 데로 내려간 자존감으로 나에게 전화가 왔었다. 그 순간 나를 찾아준 것에 영광이었고, 동시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흙이 잔뜩 묻어 빛을 잃은 보석을 고이 모시고, 상처가 더 나지 않도록 흙을 털고 진흙을 덜어내고, 빛을 내기 위해 닦는 것을 도왔다. 그렇게 한 번, 그렇게 한 번, 나의 제자는 그렇게 한 단계씩 씩씩하게 일어섰고, 다시 자기다움을 향해 나아갔다. 잃었던 웃음을 되찾아갔고, 그 과정에는 정말 수많은 노력과 시간과 마음과 눈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의 7년 차 마지막 겨울방학. 휴직서를 내기 직전에 어느 날이었다. 제자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선생님과 함께 더 바빠지기 전에 추억하나 쌓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보아요~ 하고 데이트 신청을 해보고 싶었어요." 문자 그대로 너무 따뜻한 말이었다. "선생님이 보니까 지금 많이 지치신 거 같은데, 뭐랄까. 제가 선생님을 무언가에서 구출해서 잠시 잊고 떠나게 해드리고 싶은 기분이에요." 이때였을까?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걸 알지도 못했고, 마음도 정리하지 않았지만 제자는 이미 나의 퇴사의 길을 눈치채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2월부터 휴직 후 4월까지 내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았었다. 학교 소식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들려왔고, 업무 처리 도움을 부탁하는 전화도 잊을만하면 왔다. 선생님들의 하소연은 물론이며, 나와 관련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도 발생하고 쉬기 위해 나왔지만 현장의 답답함이 계속 전해졌다. 지속적으로 내 마음은 깎여졌고, 더 이상 학교 소식을 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부탁하다 보니 새 학기가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며 잠잠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정신적 분투 덕에 제자와의 데이트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대신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고, 날 생각하며 골라온 작고 예쁜 꽃다발을 건네받으면서 울컥했다. 항상 누군가에게 주기만 바빴고, 그게 행복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그런 날 뒤에서 지켜봐 주고 보듬어주고 챙겨주는 제자가 있음에 울컥했다. 내 모습, 우리 모습을 남기고 싶다며 폴라로이드까지 챙겨 와서 그 순간을 소중히 담아주었고, 소중히 추억해주었다. '성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고, 카페 영업시간 종료 때문에서야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날이었다.

그 이후로 한 단계 한 단계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도전을 이어나갔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든든한 친구를 얻었다 생각했다. 이런 친구에게 나의 퇴사 결정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하면서 또 무심하게 던졌다. "나 교사 안 할 거야." 답장은 "헤헤헤"가 먼저 왔다. 이건 또 무슨 반응인 것인가. "오오오! 저는 언제나 선생님의 선택에 응원하고 존중한답니다! 우리 선생님은 사실 교사로서도 멋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이 더 빛나 보여요."라고 했다. 그렇게 내가 자기다움에 대해 결핍을 느끼고 위협을 느껴 퇴사를 결심한 것을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진짜 바로 울어버렸다. 연이어 "저한테 항상 너 답게 살아라~라고 말씀해주셨던 분이 유일하게 선생님밖에 없었는데, 제가 그렇게 배웠는걸요!"라는 말이 눈에 보였고, 그동안 상처 받지 않으려고 꽁꽁 싸매 놓았던 내 마음의 방어벽이 무너져버렸다. "이 씨!"하고 눈물 이모티콘을 보냈더니 울지 말라며 우쭈쭈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한 순간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고, 도리어 이게 다 나의 가르침 덕이었다며 토닥임을 받게 되었다.

잠시 잊었었다. 그래 맞아.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자기답게 살라고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사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주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하기 싫은지 알아줘야 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아주라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그게 자신의 모습이라고 많이 얘기하고 다니라고 했다. 인생의 정답은 자신에게 있으니까, 모든 문제의 정답은 자신에게 있다고 얘기해왔다. 그리고 항상 어떤 모습이구나! 하고 두각을 보이지 않더라도 자기답게 살고 있는 그 모습을 응원하였다. 왜냐하면 자기 다운 것 자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고,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에게 강한 무기가 될 것이며,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자신을 지켜줄 방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거나 대회에서 1등을 하거나 칭찬을 잘하지 않았다. 칭찬에 인색한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자기 다운 모습으로 당차게 도전하고 깊은 고민과 성장의 눈물을 흘릴 때면 학생 이름을 언급하며, 너답게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너 답게 잘 해냈다, 그게 너의 매력이다, 너는 해낼 수 있다, 너니까 그게 가능한 것이다 등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는데, 내가 그랬었는데, 내가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겁쟁이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다운 결정을 해놓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나의 결정이 당연한 것이며, 나답게 살기 위해 현명히 결정한 것이라며 칭찬을 해주는 제자를 내가 키웠다고 한다. 제자들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의 가치를 잊지 않게, 되돌아보게 도와준다. 생각해보면 학교 업무에 치이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혹여나 나의 모습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할까 봐 선생님은 변하지 말라고 항상 도와줬었다. 나다움을 지키는 노력은 나만 해왔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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