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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24. 2023

풀 수 없는 문제 내려놓기

세상을 꼭 다 이해할 필요는 없더라


어렸을 때부터 무슨 문제가 생기면 잘 흘려보내지 못하고 계속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문제에 진득이 매달려서 연구해야 하는 과학 전공을 선택한 탓인가.

아니면 성격이 이래서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일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상에서도 일이 생각대로 잘 흘러가지 않았다거나

관계에 오해가 생긴다거나 하면

동굴에 들어가서 계속 생각하는 편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이랬으면 달라졌을까. 저렇게 해봤다면 어땠을까.


© sagefriedman, 출처 Unsplash


그런데 요새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굳이 풀려도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풀었는지 저절로 풀린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정답일 수가 있구나.


나이가 먹을수록 눈앞의 일 처리하기도 바쁘고 한 문제에 매달려 곱씹을 여력도 없고 할 때,

그냥 내 할 일 하면서 두다 보면 자연스레 처리되는 것들.

애초에 내가 풀 수 없었던 문제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a young poet’ 이렇게 썼다.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져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지금 당장 주어질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걸 살아내는 것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니까.


Be patient toward all that is unsolved in your heart, and try to love the question themselves.

Do not now seek the answers, which cannot be given you because you would not be able to live them.

And the point is, to live everything.

Live the questions now.

Perhaps then, someday far in the future, you will gradually,

without even noticing it, live your way into the answer.


Rainer Maria Rilke, Letters to a young poet.


© photosbychal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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