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그 슬리퍼를 챙기고 싶었다.
주말알바를 하는 나는 평일엔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때문에 풍족하게 살진 못해도,
나 먹고 개랑 집의 생물들 먹일 수 있으면 만족한다.
평일 새벽 2시,
새벽 시간엔 차들이 별로 없고 길도 뻥뻥 뚫린다.
원랜 새벽에 바이크를 타지 않았지만,
그전 주에 바이크를 타고 서울에서 고성으로 가서 해남을 찍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여행을 하고 온 나는
바이크 실력이 늘어서 신나 있었다.
S에게 "새벽에 놀러 가도 돼?" 하고 물었다.
S는 "응, 나 자고 있을 거야. 들어와서 놀고 있어."라고 했다.
그날 따라 통통하고 큰 스펀지밥의 게리 슬리퍼를 챙기고 싶어졌다.
슬슬 발이 시려서 늘 수면양말을 신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슬리퍼가 거의 솜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배낭에 겨우겨우 꾸겨넣었고 배낭은 빵빵해졌다.
그 전날엔 비가 왔었고,
바닥은 아직 덜 말랐고,
새벽이어서 차들은 낮보단 속도를 조금씩 더 내었다.
난 자동차 운전은 해보지도 않은 채 36살이 넘어
난생처음으로 2종 소형면허를 따 바이크를 탄지 이제 막 100일이 된 터였다.
도로의 생태계는 나에겐 낯설었고,
위험천만한 순간들도 몇 번씩 있었다.
평상시 같았음 타지 않았을 날과 시간이었다.
하지만 난 바이크로 땅끝마을을 찍고 올라왔다는 성취감에 취해있었고,
그 새벽에 바이크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