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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검 Nov 07. 2023

우리 집 실크 참나무

어쩌다 내게 온

뒤뜰 한 귀퉁이 어느 상록수

보여도 보이지 않는

이름 모를 큰 나무

켜켜이 쌓여가는 카키색  

나무껍질  살은 살아온 세월 그대로

나이롱 꽃 수술 둥글게 앵도라져

줄줄이 사탕 다발로

여문 멍게빛으로 물 오르더니

오늘 문득 노을이 되어

노을은 단풍 같은 꽃이었음을

새봄 볕에 타들어간 눈부신 꽃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는

그리울 나무


누군가를 마음에 들여놓는 일은 가랑비에 적삼 젖듯 시나브로 일어나는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시나브로가 결사적으로가 되게 하는 존재들이 간혹 있어요. 제인 오스틴의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고백처럼요. “어떻게 시작됐는지,  시간도, 장소도, 얼굴도, 주고받은 말도, 정확히 꼬집어 말할  없어요. 너무 오래 전이야. 한참 지나서야 내가 그러고 있는  알았어요.” 그녀가 주변인에서 주인공이 되는 순간, 빛나는 순간이지요. 옆에 있어도  보이는 투명인간에서 온종일 눈에 아른거리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인생에도 그런 극적인 반전이 있었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런 순간은 모르는 사이 왔다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 십상이.


 속에서 변하는 다아시의 마음처럼 나무도 변화하기에 아름다운  같습니다. 집에 있는 실크 참나무를 보다가 다아시의 힘든 고백까지 연상이 되었.  나무가 거기에 있는 줄도 몰랐던 때처럼 모든 일이 시작은 시시한  같아요. 그러면서 그때가 제일 좋은 때였다는  뒤늦게 알게 되지요. 단지 지나가서 더욱 그러할까요? 어떤 순간, 어떤 시작점은 빛이 나고 빛이 나는  같습니다. 그런  만남  대화를 기억하나요. 흠칫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강렬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요. 가식 없는 가면이랄까요 그러면서 처음 만날 때보다 헤어질   멋진 사람이 되어보자는 마음을 먹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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