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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Jul 22. 2024

정병러 일지 07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을 몇 가지 적으려고 한다. 

 (나는 상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객관적이지 못하며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그러니 순전히 뇌피셜로 글을 적는다. 그러므로 내 주장이 틀렸더라도 분개하지 마시길)


1. 상담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안 된다.

  당신의 긴 이야기를 한 주에 50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상담 선생님이 당신의 인생 전부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담자는 치료를 위해 내담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그들이 당신의 아픈 마음을 깊숙이 만져주길 바란다면 오산이다. 차라리 그들은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담자에게 과제를 던진다.  이런 과제들은 마음의 상처가 상당한 내담자가 소화시키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일 수도 있다.  상담자는 이런 과제들을 위한 도우미가 아니다. 그러니 비루하고 자질구레한 선택과 삶을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용기를 내야 하는 것 등의 일은 결국 내담자의 몫이다. 그리고 상담을 몇 년씩 하게 되면 내담자도 상담자의 패턴을 알게 되어 상담자가 할 이야기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반추하는 과정에서 통찰력이 조금이나마 생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결국은 내담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2. 상담은 생각보다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역으로 말하자면,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 때문에 결국 상담은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문제를 보는 데 있어서 내담자의 통찰력을 키우는 것, 따라서 이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 상담자와 내담자가 협력해하는 일인 것이다. 내담자는 이 힘이 없기 때문에 상담자를 찾아가는 것이다. 상담자 혼자 이 문제에 맞서서 싸울 수는 없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코치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이 지루하고 의미 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심지어 상담자가 비싼 돈 받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상담자는 그의 몫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다 알아낸 것 아니야라는 생각은 내담자의 크나큰 오산이다. 끝까지 옆에서 들어주는 상담자가 아니라면 혼자 그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상담은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된다.


 3, 그래서 상담을 하란 말이야, 말란 말이야?

 내 경우는 상담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나 스스로를 좀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길고 지난한 시간들을 견뎌야 했다. 때로는 내가 왜 이 일에 돈과 시간을 쏟아야 하나라며 의구심을 가진 순간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내가 아는 이야기들을 하고 오는 시간이었으니까. 눈에 보이는 효과는 두드러지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점을 각오하고 자신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이에게 상담은 정말 유용하다. 하지만 단기간 몇 번의 상담을 통하여 짜잔 하고 효과가 나타나거나 나 자신이 당장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상담을 하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물론, 당장 죽고 싶은 순간 단기적인 위기 개입을 위한 상담은 꼭 필요하다. 다만 내 말은 그런 상담이 아닌 일반적인 상담을 통해 마법이 일어나리라고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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