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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로 지은 옛날 풍의 사각형 건물이 눈앞에 있다. 모습을 숨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흐른다. 건물 앞 쪽에 주차한 오래된 싼타페 보닛에 달린 산불 조심이라고 쓴 깃발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눈 앞의 풍경이 사진이라고 느낄 만큼 주위는 정적이다.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햇살이 조금씩 부는 바람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온도를 높인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사내의 거친 턱처럼 거무티티하다. 아직 무궁화가 피어나지 않은 나무의 이름은 무궁화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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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보이는 건물 안에는 병들고 기억을 잃은 노인들이 산다. 겉으로는 아무 생도 느껴지지 않는 건물인데 그 안에는 노인들이 산다. 아직 죽지 않고 하루를 견디며 산다. 죽음만 기다리지 않고 오늘을 산다. 남겨진 날이 짧은 이에게는 오늘이 여느 사람들보다 더 소중한 법인데 벽돌 건물 안에는 오늘이 소중한 치매 노인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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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담고 움이 텄다. 곧 새 순이 돋아날 것이다. 파란 하늘에 한 마리 새가 날고 있다. 사진 속 풍경 같은 낡은 건물 앞에서 움을 보다가 나는 왜인지 울음이 나왔다. 지난겨울 혹독했던 눈보라와 비와 죽음을 보았기 때문인데 작은 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없이 웃는 것만 같다. 겨울을 품은 움이 봄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