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
나 무슨 정신으로 사니?
전화가 울린다. 화면에 뜬 이름, 아버지.
헛, 나는 놀란다. 아버지는 아직도 어렵다. 그냥 어렵다.
너무나 조용하게, 속삭이듯이, 어디가 아픈 사람 목소리다.
ㅡ 아버지..... 어디...... 아프세요?
ㅡ 그건 아니고 엄마한테 전화 좀 해라.
ㅡ 엄마가..... 어디...... 아프세요?
ㅡ 그건 아니고, 어제가 네 엄마 생일이었다.
ㅡ...... 아......
까맣게 잊었다. 사실 내 생일도 기억 못 하는 올해였다. 탄생보다 죽음을 더 많이 보는 직업 때문이었을까. 생일 축하가 어색한 나였다. 아버지는 안방에 들어가서 엄마 몰래 전화를 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엄마가 서운해했나 보다.
전화기를 들었다.
ㅡ 엄마, 어제 생신이셨네.
ㅡ 괜찮다. 바쁜데 뭘.
ㅡ 죄송해요.
ㅡ 괜찮대도, 요즘 이빨이 아파 죽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ㅡ 아니, 어디가 안 좋은데요?
엄마는 부분 틀니를 사용 중인데 몇 개 남은 치아에 염증이 생겼고 임플란트를 추가로 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ㅡ 얼마나 든데요?
ㅡ 괜찮다. 나이도 있고 하니 삼백 정도면 될 거다. 너는 신경 쓸 거 없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은 통화가 끝났다.
일과 글쓰기에 빠진 요즘, 나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외로웠고 엄마의 이빨은 아프다. 아버지의 풀 죽은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ㅡ 엄마한테 전화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