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 정원 벤치에 앉았다. 소름이 돋는 바람이 조금 불었고 나는 반팔 차림이었다. 은행이 떨어진 은행나무는 은행나무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남아있는 은행잎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지에 매달린 노란 나비 떼 같았다. 나는 황금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벤치에 앉아 광합성 중이었다. 더 이상 춥지 않았다. 햇볕에 데워진 팔이 뜨겁기까지 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옆에 앉았다. 날아가지 않고 나를 노려봤다. 아니다. 녀석에게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녀석도 해를 쬐고 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새들이 나무에 앉아 지적거렸다. 바람이 지나며 내는 소리에 나무들이 수군댔다.
새 한 마리도 하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성경 구절이 마른 가지 끝에 매달려 흔들렸다. 아직 떨어지지는 않았다. 가을바람 끝에 겨울이 매달려 오고 있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노인의 부고장이 전해졌고 잠깐의 휴식시간은 곧 끝날 것이었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찬 바람이 불었지만 해는 따스한, 겨울이 오고야 말 늦가을 낮에,
노인의 죽음은 하늘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라고 혼자 말해보다가 나는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사랑해야지'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