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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Feb 13. 2024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아이에게 가끔 묻곤 한다.


“넌 뭐가 되고 싶어?”


돌아오는 말은 항상 똑같다.


“몰라.”


질문을 바꿔본다.


“넌 꿈이 뭐야? 가장 하고 싶은 거.”


질문이 바뀌자 아이가 술술 대답한다.


몇 년 전엔, 우주 최강 어둠의 마법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금도 볼드모트와 타노스를 동경한다.


작년에는, 공룡화석을 발굴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아는 공룡이름이 다섯 개도 안되었기 때문에. 그래도 땅바닥에서 조금이라도 반짝이는 돌멩이를 보면 냅다 주웠다. 이건 무슨 암석이냐며, 아주 귀한 암석 아니냐며 묻고는 그냥 돌멩이라는 엄마의 대답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들고 다녔다.


요즘 아이의 단 하나의 소원은 다이아몬드를 사는 것이다. 

예전엔 할아버지가 용돈 모은 걸로 짜장면 사달라고 하면 마지못해 돈을 내기도 했는데, 이젠 돈 모아서 다이아몬드 사야 한다고 철통방어를 한다. 돌잡이 때부터 떡잎을 알아보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5만짜리 지폐만 집요하게 공략했었지. 서너 살 때는 보석스티커에 푹 빠져서 빈 유리병만 보면 보석스티커로 휘감았었다. 최근에는 할머니 손에 끼워진 휘황찬란한 황금반지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그렇다. 아이는 요즘 금은보화를 얻는 게 유일한 꿈이다.


아무리 아이와 대화를 하고 자세히 관찰해 봐도, 도무지 이 아이가 커서 어떤 일을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뿐이다.


“엄마 아빠는 네가 어떤 일을 하며 살든 응원할 거야. 네가 무얼 하면 행복한지, 무얼 잘할 수 있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잘 찾아가 봐. 단, 두 가지만 기억해. 첫째,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일은 안돼. 둘째, 어떤 일을 하든 자기 밥벌이는 하며 살아야 해. 그게 어른이 되는 시작점이야. “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해서 살라는 말에, 아이는 엄마랑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약해져서 매몰차게 내치지 못하고 결국 약속을 하고 말았다.


월세로 50만 원만 내면 엄마 아빠 집에서 살게 해 준다고. 50만 원은 너무 많다길래, 빨래랑 청소를 도맡아 하면 30으로 깎아준다고 했다. 아이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1년 전만 해도 엄마가 좋아서 같이 살고 싶다고 그러더니, 그새 컸다고 말이 바뀌었다.


”근데 왜 엄마아빠랑 같이 살려고 해? 엄마아빠 집에 살면 계속 잔소리 들어야 할 텐데. “

”그럼 힘들게 집 안 사도 되잖아”


그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천잰데?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봐도 아이 앞에서 집 사느라 힘들었다느니, 대출이 부담스럽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이 아이는 대체 어디서 내 집 마련의 고통을 배워온 걸까? 어떤 이유에서건, 엄마 아빠는 너의 꿈을 응원한단다. 월세만 제때 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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