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접기를 더 많이 하고 싶었던 아이는
엄마가 씻을 동안 자기 혼자 일기를 쓰겠다고 했다.
엄마는 다 쓸 때까지 보지 말라며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했다.
드디어 다 썼다며, 환하게 웃으며 일기장을 가져왔다.
아이의 일기를 본 순간,
솔직히 말하자면,
띄어쓰기라곤 찾아볼 수 없이 다닥다닥 나열된 글자와
좌우가 뒤바뀐 글자들, 이상한 받침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아이가 먼저 맞춤법 틀린 거는 엄마가 알려주라고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빨간펜 선생님 모드로 틀린 것을 체크하려다가, 부끄러워하며 커튼 뒤로 숨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 순간, 펜을 내려놓고 아이를 불렀다.
아이를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우와, 혼자서 세 문장이나 썼네?! 김밥에 관한 문장으로만! 아주 대견해. “
“몰라, 몰라.”
“근데 혔다가 혔다가는 무슨 말이야? “
진심으로 “혓다가 혓다가”라는 표현에 빵 터졌다.
‘쉬었다가라는 뜻인가?’
너무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아봐도,
“혓다가 혔다가가 혔다가 혔다가지 뭐겠어.”라는
외계어만 남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표현이 너무 귀여워 한동안 웃음이 났다.
솔직히 아이는 일기 쓰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끈기가 있는 아이라
시작을 하면 열심히 쓴다.
엄마랑 같이, 엄마가 다듬어주는 문장보다는
확실히 아이 혼자 쓰는 문장이 더 톡톡 튀고
엉뚱하며 매력적이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학교 들어가서,
필요할 때 연습시키면 될 일이다.
우리 아이는 왼손잡이라 좌우 반전된 글자도 많다.
도서관에서 왼손잡이에 관한 책을 훑으며 잠깐 읽은 적이 있는데, 왼손잡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게 편하다 보니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간혹 우려가 지나친 부모들이 난독증을 의심하고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천재 중 한 명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양손잡이였는데(그 시대엔 왼손잡이는 더 눈총을 받았을 테니 양손 사용이 필수 었을지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자를 반전시켜서 쓰는 필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는 아니어도,
적어도 대다수의 오른손잡이들이 보지 못하는
독특한 시각을 가진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는 있겠지.
이런 걸로 벌써부터
아이를 주눅 들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엄마가 어떤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