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는 맑음이었는데 산남을 넘어서니 하늘색이 달라지네요.
올레 9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군산오름 능선에는 삼거리 또는 사거리 교차로가 있어 길을 안내해 주는 표지판이 많습니다.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이 여러 개 있다는 뜻이지요. 상예와 창천 두 마을에 걸쳐있는 오름인지라 상예동 능선은 탐방로 주변으로 예초작업이 되어있는데 반대편인 창천 지경은 키 큰 풀들이 탐방로를 침범(?)하기도 하는 기이한 풍경을 만날 때도 있답니다. 오름 능선 중 일부는 상예 공동묘지이기도 해서 제주의 오름 하면 빠질 수 없는 산담(무덤을 두르는 담)도 만날 수 있고, 정상에서는 멀리 한라산을 비롯해 마을 풍경과 남쪽 바다 무인도까지 내려다보며 멍때리기 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정상에 뾰족하니 남아있는 바위 언덕도 특이하지만, 우뚝우뚝 서 있는 구릿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오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구릿대 군락이 많은 곳이랍니다. 애벌레가 먹는 식물인 구릿대가 많아서 힘차게 날아다니는 산호랑나비를 기대할 법도 하지만, 이른 봄에 출현한 성충의 2세대(애벌레 또는 번데기)가 자라고 있는 시기라 그런지 오늘은 산호랑나비 성충을 만나지 못했답니다. 조만간 바위 언덕보다 더 높이 상공을 날며 점유행동(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같은 종의 수컷이나 다른 나비들의 접근을 차단하며 비행하는 행동)을 하는 산호랑나비와 청띠제비나비, 제비나비들을 만날 수 있겠지요.
2세대 성충이 부쩍 많아진 배추흰나비를 비롯해 향기로운 쥐똥나무 언저리를 배회하는 큰멋쟁이나비와 제주꼬마팔랑나비 등 아침 마실 나온 나비들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낮은 회색빛 하늘이 점점 짙어지더니 백록담 화구벽도 구름 속으로 사라집니다. 멍때리기 그만하고 하산해야 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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