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6일 올레 8코스
무수천 정류장에서 출발해 하원동 하원초등학교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8코스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폭염특보가 발효되겠지요. 9시를 갓 넘은 시간이거늘 그늘막에서 과수원을 지키는 강아지가 혀를 내밀고 우리를 바라봅니다. ‘이 날씨에 왜 걸어?’하고 묻는 것 같네요. 하필 가장 더운 달에 몇 안 되는 장거리 코스(20km)를 걷고 있으니 강아지가 보기에도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나 보네요. 그래도 내심 바닷바람이 도와줄 터이다, 무탈하게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영 아니다 싶으면 계곡이든 바다든 발 담그고 쉬면서라도 가보자는 걱정과 다짐을 안고 첫발을 내딛습니다.
정갈한 마을 길과 약천사를 지나 3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푸른 바다에는 파도가 하얗게 춤을 추네요. 이국적인 가로수와 주상절리에 부딪히는 포말 덕에 목뒤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금세 시원하게 마릅니다. 멀리 중문 관광단지와 군산오름, 산방산 위로 몽글거리는 구름은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 있음이 너무도 감사하다 싶을 만큼 멍해집니다.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 저장할 사진 하나 건졌습니다.
베릿내 계곡을 따라 내리막길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은 다음부터는 때깔 나는 호텔을 피해 대로변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 8코스는 중문해수욕장 모랫길 곁을 걸었던 것 같은데 어찌 이렇게 바뀌었는지.... 그나마 잠깐 구실잣밤나무 터널 길에서 태양을 피할 수 있을 뿐이네요.
오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담팔수 가로수를 지나 ‘물따라 길따라 예래생태공원’에 이릅니다. 제주에서 물이 마르지 않는 몇 안 되는 하천 중 하나인 예래천을 따라 공원 산책로가 이어지고, 나무 그늘에 짐을 풀고 계곡물에서 물놀이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예래천에는 대왕수, 소왕수, 조명물 등과 바닷가 논짓물까지 더해져 무려 여섯 곳의 샘물이 있다 하네요.
잠시 배낭을 부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려 했던 조명물에는 물이끼가 가득하고 나무 데크로 길을 낸 수변 공원에는 특정 수생 식물들만 빼곡합니다. 그나마 수변에는 예초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듯한데 ‘연꽃’이라는 이름표 너머에 연꽃은 온데간데없고, 물레방아도 바짝 마른 채 멈춰있어 갑갑하면서 허전한 맘이 드네요. 그래도 나름 계곡인데...... 마침 행사가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왕수천 생태공원 계곡보다 논짓물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무려 6시간 반 만에 대평 포구 종점에 도착하니 널브러진 한천처럼 느랏느랏해졌습니다(힘이 빠져 나른하다). 멀리 형제섬, 마라도, 가파도, 송악산, 산방산, 박수기정의 나른한 바다 풍경은 바다 안개 때문이랍니다.
#올레8코스 #제주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