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뱀이 식탁 위 국그릇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것도 한번 먹어봐요. 이건 몸에 더 좋으니까요!”
“ … “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រាជធានីភ្នំពេញ, Phnom Penh)에는 톤레삽(Tonle Sap)강과 메콩강이 흐릅니다. 프놈펜 북서쪽으로 백 여 킬로미터 떨어진 톤레삽 호수, 여름이면 우리나라 경상도만큼 커진다는 그 호수에서부터 이어진 긴 물결이 프놈펜에서 메콩강과 만납니다.
뜨거웠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가 퇴근할 시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준비를 하는 그 무렵, 강가에 정박해 있는 보트에 오릅니다. 이 배가 오늘의 레스토랑이자 이 도시의 제일가는 어트랙션입니다.
오늘은 지난 6개월 여의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입니다. 프로젝트 종료회를 마치고 캄보디아 측에서 정성스레 마련한 환송 만찬회에 참석합니다. 메뉴는 해산물 바비큐와 캄보디아 전통음식. 배는 두 시간 코스로 강의 하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그 시간 동안 강변의 멋진 야경을 선사합니다.
저 멀리에는 지난번에 묵었던 호텔이 은은한 조명과 함께 운치 있게 다가오고 그 반대편 놀이공원에는 대관람차의 불빛이 멋진 화려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해가 막 지려고 하는 순간, 잠시 동안의 석양은 우리에게 멋진 인생 사진을 담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찰나의 광경을 담기 위해 이곳저곳 장소를 바꿔가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봅니다.
그러는 사이 숯불 위에서 서서히 익어가던 해산물들은 승선객을 제대로 유혹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요리가 완성될 순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모두의 술잔에는 술이 넘칠 듯 채워지고 두 조직 우두머리들의 비교적 단출한 건배사로 오늘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제일 먼저 우리의 식도락을 담당할 주인공은 바로 새우. 얼핏 보면 바다에 살 것만 같은 크기의 이 갑각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죠. 한 입 물었을 때 느껴지는 그 깊고 진한 풍미, 쫀득한 식감.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이 별미를 뒤로하고 어느새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낯익은 형체로 눈길을 돌립니다.
큰 접시 위에 누워 있는 이 친구, 다름 아닌 자라입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약으로 자라를 먹었다던데, 지금도 아마 시골 어디에서인가 먹고 있을지도 모를 그 자라를 이곳 캄보디아에서 맞닥뜨립니다. 그 정체를 살피고 눈길을 피하는 우리를 향해 캄보디아 동료가 능숙한 솜씨로 자라를 해체하고 인심 좋게 큰 덩이 하나를 내 접시에 올려 줍니다.
“먹어봐요, 몸에 좋아요!”
그 권유에 달리 저항할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 그 순간, 호기 있게 자라 고깃덩이를 들어 한 입 물어봅니다. 물컹, 쫀득, 식감과 맛을 정확히 느낄 순간도 없이 그냥 대충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는 황급하게 와인을 들이켭니다. 머쓱한 표정과 함께.
그런데 또 하나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뱀이란 냉혈 동물로서 동면을 하며, 독사와 같은 뱀에 물리면 죽는다고 알고 있을 뿐 식재료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동물. 그런 뱀이 식탁 위 국그릇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것도 한번 먹어봐요. 이건 몸에 더 좋으니까요!”
“ … “
순수한 미소와 친절로 무장한 캄보디아 동료들,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들과 나눴던 많은 이야기, 당신들의 열정, 그리고 그날의 추억, 오래오래 간직할게요.
♫ 에피소드 주제곡 ♫
▶︎ 月亮代表我的心 // gt : 박주원
▶︎ https://youtu.be/kbBuI4mPjL0
▶︎ 에피소드별 주제곡을 선정하면서, 그중 몇 곡 정도는 에피소드 내용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곡으로 선곡하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 곡이 바로 이곡 <월량대표아적심>입니다. 대만 가수 등려군이 부른 이 노래는 영화 <첨밀밀>에도 사용되었고, 국내에서, 국외에서 정말 수많은 가수들이, 노래로 연주곡으로 리메이크를 했습니다. 케니지의 연주곡 <The Moon Represents My Heart>도 참 좋죠.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기존 곡을 역동적인 룸바 곡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 원곡의 서정적 느낌과 달리, 듣고 있으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되는 이 곡의 매력에 매번 매료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