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현실 너머의 세계.

현대화가 박종화(1980-현재)에 대하여.

by Celine
<Free Mark /박종화/223cmx 93cm/ acrylic on canvas /2012>

인간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요즘 하였다. 결국 답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나 스스로가 현학적인 질문에 빠져 있었다는 것만을 깨달았다. 지구 상의 생명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모두 현실을 살아간다. 태초의 시간이 그들에게 시간이라는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눈을 뜨게 되면 일어나고,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따 먹기도 한다. 그리고 졸릴 땐 잠이 들어 버리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자연이 만들어낸 원초적 삶 그 자체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여타의 동물과 다르다. 그것은 바로 현실과 현실 너머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간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동물은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하지 않고 미래의 시간에 도전을 하며 현실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 너머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살아가야 할 현실 너머의 미래는 예측하기 조차 나는 어렵다. 그렇다고 현실만을 살아가는 이들이 잘 못되었다거나 안일하다는 것을 아니다. 삶을 각자가 선택하여 살아가는 것이기에 그것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쉽게 결정하거나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시간 속에 미래라는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은 욕망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꿈이나 희망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Banana Boy/박종화/120cmx50cm/acrylic on canvas/2011>


지금 여기 커다란 바나나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고 걷고 있는 남자가 있다. 지금 남자는 맨발의 모습이다. 파도는 잔잔하고 하늘과 엉겨 무엇이 바다이고 무엇이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광활하기만 하다. 그러나 저 멀리에 수평선이 보이고 있다. 지금 남자는 모래밭 길을 걸으며 왜 보드가 아닌 바나나를 들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남자가 들고 있는 바나나는 '앤디 워홀'의 작품 속 '바나나'를 들고 있는 것이다. 앤디 워홀은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만 팝 아트를 창시한 미술사에 있어 천재이다.

<Velvet Underground & Nico/앤디워홀/1967:작품은 pop그룹 Velvet Underground의 앨범자켓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위의 그림 <Banana Boy>는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이다. 남자는 그림을 그린 화가 자신이다.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는 끝없는 미술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며 화가는 화가로써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바나나는 무엇을 상징할까? 미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갖게 만들었던 앤디 워홀의 바나나는 과거의 미술과 현대의 미술의 교차점을 의미한다. 화가는 현대 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시기였던 워홀의 바나나를 자신의 가슴에 지닌 채 현재를 살아가며 먼바다라는 자신이 지향하는 예술의 세계를 묵묵히 걸어가며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즉 바나나는 그에게 미술의 근원이며 ,바다란 자신이 앞으로 지향할 미술의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화가는 이처럼 은유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워홀이 프린트 작업을 하였던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마치 애니메이션과 회화를 오버랩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였다.


<'Art and the City',(detail) /박종화/116.8cmx78cm/acrylic on canvas/2016>

화가 박종화는 1980년에 태어났다. 현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작가이기도 하며 '바나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화의 장면을 회화로 끌어 들어 주로 작업을 하고 있다. 화가는 처음에는 인물 위주의 작품을 주로 작업하였으나 어느 날 소재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인물, 자연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소재를 엮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작업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한다. 그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거리 전시회를 통해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화가이다. 애니메이션과 회화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에는 항상 '바나나'가 등장한다. 그래서 그는 일명 '바나나 작가'로 불리는 것이다. 내가 박종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미술 관련 책자를 들척이다 유난히 눈에 들어온 작품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작품 <Banana Boy>였었다.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워홀의 바나나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한 없이 나를 빠져 들게 만들었던 그림. 나는 박종화의 작품을 바라볼 때마다 현실과 현실 너머의 세계를 넘나드는 그의 창의력에 매료된다. 그의 그림은 늘 청량감과 사색이 넘친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무거울 때면 화가의 작품을 꺼내어 보곤 한다.


<The Jugle Book/박종화/100cmx42cm/acrylic on canvas/2011>


우리는 어린 시절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며 위의 그림 <The Jugle Book>의 소년과 같은 세상에 살며 기쁨을 누리며 살아왔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러한 어린 시절 나만이 간직하던 상상의 세계는 점차 사라지고 현실과 타협하고, 현실 너머의 가질 수 없는 또는 이루고자 하는 것들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이러한 말들은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동화 속 그 세상이 정말 사라진 것인가요? 하고 말이다. 현재의 나는 이루고자 하는 꿈은 없지만 어린 시절 동화 속의 세상은 잃고 싶지 않다. 그 속에서 가끔은 혼자 히히덕 웃으며 현실을 잊을 수도 있고, 현실 너머의 세상으로 여행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라는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또 다른 현실 너머의 세계에서 언젠가 나에게 손짓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PAbx5kgCJo&list=PLcfJIWzmQa0JviEATdv1-F_sucscX3W06&index=3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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