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이 싫다.

2020.03.06.금요일. 예상외로 따듯했던 봄의 초입.

by Celine

나는 솔직히 봄을 가장 싫어한다. 마치 칼을 숨기고 있는 봄이란 녀석은 언제 어느 때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얼굴을 내미는 이중성. 봄의 초입에 즉 간절기인 이맘때 내리쬐는 희미한 햇살은 나를 더욱 늘어지게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이 간절기란 기간 동안 나는 늘 몹시 예민해진다. 그래서 더욱더 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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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와 감자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나로서는 아주 큰 맘을 먹었기 때문이다. 나의 병적인 감성으로 인해 아이들의 숨통까지 조일 수 없는 노릇이기에.


쿠키의 사진을 내 곁에 남기기가 이제 힘들 것 같다. 입마개까지 하고 숨을 헐떡이며 그래도 바깥공기가 좋아 이리저리 뛰는 녀석의 뒷모습에 목이 메어왔다.

쿠키가 곧 내 곁에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야~저렇게 짖어대고 물어대는 개를 왜 키워?

넌 개가 가족보다 소중하니?

아니 넌 개를 호텔까지 맡기면서 너의 일을 봐야 하는데 그 개를 왜 키워?

너 이제 일도 시작해야 하는데 저 개를 어쩔 거야?

아들이 공익인데 끝나고 너 집에 없으면 어떻게 할 거야?

언제까지 개만 붙들고 살래. 개들 수명도 늘어 최소 20년이야. 그때 너 나이가 몇 살인 줄 알지? 그때까지 일도 없이 집에서 개만 붙들고 있을래?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수긍을 하면서도 나는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내가 혼자 집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며칠 만에 깨어날 때 단 한 번이라도 내 곁에 있어줬어? 쿠키는 거실에 쓰러진 나를 쓸고 빨고 곁에서 컹컹 짖으며 나의 정신이 돌아오도록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혼자 사는 동안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증으로 무서워 손발을 떨며 한 없이 눈물을 흘릴 때 내 손 한 번 잡아봤어? 쿠키는 내 눈물을 다 핡아먹도록 나에게 안겨 있었어. 그리고 따듯이 나를 안아주고 자신의 몸을 나에게 살포시 기대었었다고.

그러나 이것도 어쩌면 나의 이기심 일지 모르겠다.


아들과 살림을 합친 후 쿠키의 공격성은 더욱 심해졌다. 미국에 있는 동물행동발달 전문의와 작년 검사를 했을 때 보호자와 애착관계기 심하여 자신이 보호자를 지키려고 하기에 나머지 사람들에겐 공격성이 강한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이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였으나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들이 쿠키에게 매우 심하게 물렸다. 이후 건장한 몸집의 아들은 쿠키가 거실에 있을 때면 밖으로 나오지를 못했다. 곧 4월이면 군대를 가야 하기에 지금 휴학 중이라 아들은 집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며 재택근무식의 알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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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쿠키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할지 고민 끝에 다시 수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미국으로 연락을 하기로 한 후 집으로 나는 돌아왔다. 며칠 후 선생님은 상담 시간을 예약 후 찾아오라고 직접 전화를 주셨다. 드디어 예약일!

원장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은 눈물을 계속 흘리셨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어렵게 말씀을 하셨다. 미국에 연락해 모든 사실을 알렸더니 답은 안락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말씀을 이어가신다. 쿠키는 어릴 적부터 제가 예방주사 놓아주고 돌보았던 아이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쿠키가 엄마와 있을 때와 호텔에서 지낼 때 얼마나 재롱떠는 맘 착한 아이인지 제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경고도 없이 사람을 물고 지금 어머니는 쿠키로 인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마저 다 끊기신 상황이세요. 쿠키는 지금 정신적으로 많이 아픕니다. 약으로도 행동치료로도 고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머니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은 생을 쿠키에게만 집중하시기엔 사람의 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쿠키를 사랑하시지만 앞으로 사람과 어울리고 일도 하시려면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죄책감 갖지 마세요. 쿠키는 쉽게 말해 말기 암환자처럼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요. 사람은 말로 아프다 표현을 하지만 쿠키는 그렇지 못합니다. 인간의 불안함을 100이라고 했을 경우 쿠키는 200의 불안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쿠키에게 하루를 더 사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쿠키를 편히 보내 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날 나는 병원에서 집까지 오는 길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집 주변을 걸어 한 시간이나 돌고 돌았다.


집에 들어서니 아들은 역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방에 갇혀? 있었다. 쿠키를 나의 방으로 넣자 아들은 화장실로 냅다 뛰었다.


며칠을 울었을까? 아직 3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기. 검푸른 눈동자로 나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녀석을 어찌하여야 할지! 넌 아픈 것도 하필 엄마하고 똑같으니. 사람은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고 하잖아. 괜한 화를 내고는 쿠키를 꼭 안았었다. 그리고 나는 급작스레 짐을 쌌다. 한 달만 아들과 떨어져 쿠키와 오롯이 전처럼 지내야겠다는 생각에.


아직도 나는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쿠키는 나의 발 밑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어쩌다 저 고운 애기가 엄마만을 바라보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산책 후 목욕시키고 간식을 주었더니 감자와 늘어지게 자고 있다.


감추고 있던 칼날을 빼들고 다시 나의 심장을 찌르는 것만 같아 나는 봄이 정말 싫다.



20200306_140213.jpg 벌써 냉이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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