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날, 비가 오는 좁은 길을 걷다 담너머로 장미가 고개를 내민 것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너는 어찌 그리 당당한 것이냐? 아니 뭐가 그리 잘난 것이냐?'
장미는 대답이 없다.
'그래, 넌 참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아니 나르시스적이구나'
향기를 내뿜는 장미는 나를 비웃듯 여전히 대답이 없다.
나의 향기와 적당한 나르시스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림의 여인처럼 오늘은 향기에 젖은 달콤한 유혹이 나를 찾아왔으면 싶다.
<장미의 영혼 The soul of the rose/존 윌리엄 워터하우스/oil on canvas/91.4x61cm/1908/개인소장>
반딧불 춤추던 곳에 앉아
밤새껏 웃음을 나눴지
휘둥그레진 눈빛 사이로 들어오는
찬란한 빛의 움직임 쫓아
하염없이 가다 보면
어느새 한 움큼 손에 쥐어진
세상들
설레임들
그 누가 널 보았든 간에
숨길 수 없이 드러내든지
빼곡히 들어찬
숨결조차 버거우면
살짝 여밀 듯이 보일 듯이 너를 보여줘
그럼 아니 또 다른 무지개가 널 반길지
난 그저 나 이었을 뿐이고
넌 그저 너 이었을 뿐인
너도 나도
나도 너도
너나 할 것 없는
세상에
생각에
시선에
말들에
웃음에
이미 별 볼 일 없는 것들이진 않아
기다림 속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겠지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버린
시간들
공간들도
얘기할 수 있겠지
그래
기다림이란 설레임이야
말없이 보내주고도
기쁠 수 있다는 건
바보 같은 이...
바보 같은 이...
바보 같은 이...
살짝 여밀 듯이 보일 듯이 너를 보여줘. 이 부분은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