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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Aug 29. 2020

행복이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내 안의 뜰 - 화가 조원자에 대하여.

지난 봄 양평의 한 갤러리에 제비 한 마리가 찾아왔다. 제비는 아침저녁으로 갤러리에 들어와 그림을 감상하고 나가길 며칠 동안 반복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비가 다시 갤러리를 찾아왔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둘이었다. 두 제비는 갤러리 안을 두리번거리고 그림과 조명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수컷 제비는 갤러리에 흙과 풀을 섞어 열심히 집을 지었고 이후 암컷은 알을 낳았다. 제비를 매일 바라보던 주인은 혹여나 알에서 부화하게 될 새끼들이 떨어질까 싶어 작은 나무 판을 제비집 아래에 받쳐 주었다. 

드디어 조잘조잘 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제비집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작은 새끼가 네 마리. 주인은 갤러리의 그림을 좋아하던 제비가 둥지를 틀어 새 생명을 탄생시킨 현실에 감동과 자연의 이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이후 수컷 제비는 새끼들에게 열심히 집을 짓는 교육을 시켰고 어미는 사랑을 나눠주었다. 이제는 독립하여야 하는 새끼들. 네 마리중 세 마리는 자신 만의 세상을 향해 떠났다. 그러나 늘 덩치가 작던 한 녀석은 부모 곁에 남아 있었다. 부부는 남아 있는 새끼 제비에게 다시 집을 짓는 교육과 먹을 것을 넣어주며 정성껏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은 제비집이 조용해짐을 느꼈다. 혹시 하는 맘으로 제비집을 들여다보았으나 제비는 떠나고 없었다.  괜한 서운함과 아쉬움 그리고 뿌듯함이 교차하는 감정을 가슴에 품고는 텅 빈 갤러리에 혼자 앉아 있다 문득 자연과 함께 하던 그 순간들이 얼마나 자신을 행복하게 했었던 것이었을까? 그리고 자연만큼 아름답고 행복을 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주인은 그날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갤러리이자 집의 작은 뜰에서 지금껏 소곤소곤 속삭이던 자연과의 대화를 그리기로 말이다.



마지막: 남은 제비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제비부부의 모습이다. 그림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왼쪽: 여섯 식구가 된 제비 가족.   오른쪽:순백의 사랑을 가진  제비 부부의 모습은 꽃들과 함께 더욱 아름답다.
처음 갤러리를 찾았던 두 마리의 제비 부부.

화가 조원자는 서울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 현재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 수 많은 초대 개인전을 가졌으며, LG 그룹 등 다수의 기업체와 유명인사들이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한국에서는 입지가 이미 굳어진 화가이다. 화가가 행복과 자신의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곳이 바로 '자연'이다. 그녀의 작은 뜰에는 온갖 꽃들과 풀벌레 그리고 개구리, 강아지, 고양이 등 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고 있기에, 그녀는  매일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자연을 향한 아름다운 사랑은 위대하다기보다는 소박하다. 람의 마음과 생각은 붓 그리고 글이나 말로 늘 표현되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화가의 작품은 따듯하고 습기를 먹금은 듯 촉촉함이 배어있다. 그녀의 붓질은 거칠지 않고 매끄럽고 온화하다. 색감은 밝고 선명하지만 고조?된 느낌이 아닌 차분하며 잔잔함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그림의 주체를 아주 커다랗게 표현하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살고 있지만 주눅? 들지 않은 화가 자신의 마음을 엿보는 것만 같다. 또한 화가의 이번 그림에는 사물을 구분 짓는 선이 없다. 색과 색을 연결하여 그림을 완성하였기에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짓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화가가 의도한 것이 아닌 화가의 내면에 침잠한 마음이 고스란히 캔버스에 나타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꽃들과 새 그리고 자신의 뜰 안의 생활 속 소소함에서 늘 행복을 느끼는 화가의 삶의 방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화가의 뜰에 핀 꽃들
네 마리의 새끼 제비들이 어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 : 나의 사랑 감자와 함께 사랑을 나누시는 화가 조원자님.  오른쪽: 처음엔 수국인줄 알았지만 본래 꽃의 이름은 코끼리 마늘 꽃.
<Touch with the Inner Worid of the Wonderful Nature,Human/조원자/66cmx66cm/Mixed Meidia>
<바람과 숲 시리즈/조원자/한지와 혼합재료/2007>

화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이런 말이 흘러 나왔다. "당신의 집에 화재가 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챙길 것인가요? 라고 묻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전적인 것이 아닌 가족의 추억이 담겨있는 앨범이라던지 온갖 자료가 들어있는 USB 같은 것을 먼저 챙길 것이라 말했다."라고 한다. 순간 아~ 나에게도 만약(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는) 이러한 일이 닥친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들의 어린 시절 흔적과 나의 추억을 먼저 챙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필요 없는 것들에 집착하여 쓰잘데기 없는 욕심을 마음 속에 가득 담고 있다. 이를 테면 옷장 가득한 옷들을 두고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핑계로 옷장을 더욱 비좁게 만들거나 하는 행동들 말이다. 필요 이상의 것들로 자신을 가두고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옳아메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화가는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작은 뜰안에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움직임을 읽어내며 삶에 있어 행복이란 그리 어렵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뒤 화가의 갤러리 앞에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는 행운의 상징이라던 화가의 말처럼 화가에게 앞으로 더욱 좋은 일들이 많아지길 기도했다.



화가 조원자의 전시회 < 내 안의 뜰 전>은 2020년 9월1일-9월30일까지 양평의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화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Covid와 장마로 인해 우울했던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양평의 갤러리로 달려가길 바란다.


갤러리: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 625번지. H.P:010-3899-4531.



P.S: 전시회 준비를 위해 그림을 걸던 중 떠났던 부부 제비가 다시 찾아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프닝 시간에 맞춰 제비는 다시 나타나 갤러리 안을 몇 바퀴 돌기도 하고 그림을 바라보고는 떠났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PpFYmh_ss4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한영애- 바람을 화가님에게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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